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인의 대량탈출(남북회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인의 대량탈출(남북회랑)

입력
1996.12.16 00:00
0 0

김경호씨 일가 17명이 김포공항에 들어서는 모습을 TV화면을 통해 보면 공항로비가 비좁을 정도로 꽉 차보인다. 어떻게 저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북한을 탈출할 수 있었나하는 의아심을 낳게 한다. 곧 김정일정권이 무너지고 대량난민 탈출사태가 벌어질 것을 알리는 전초병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판단을 도우려는 듯 통일원에서는 현재 중국 러시아등지로 탈출해 있는 북한인들의 숫자가 1,000∼2,000명쯤이며 한국행을 희망하는 숫자도 500명이나 된다고 발표했다.한국정부는 물론 이웃 일본에서 조차도 북한인의 대거탈출을 맞을 대비책을 강구하기 위해 부산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찰해 보면 북한인민의 대거탈출 가정은 허황되기 짝이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TV화면으로 판단하는 사고는 흔히 잘못을 범한다는 것이다. 김경호씨일가 17명을 화면에 담은 TV를 쫓다보면 김포공항이 마치 탈출자로 가득찬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17명은 전체 김포공황을 들고 나는 인구에 비해보면 그야말로 바다에 뜬 한잎 가랑잎에 불과하다. 95년 한해동안 김포공항을 들고 난 승객수는 총 1,336만6,781명으로 하루평균 3만9,361명이었고 이들을 환송하거나 전송한 인원을 합치면 적어도 하루평균 김포공항에는 4만5,000명(공항수용능력은 하루평균 4만5,288명)이 들고 났던 것이다. 미국인들의 월남전 반전운동은 TV화면에서 잘못 시작됐다는 보고서가 나온 일이 있었다. TV가 아군들의 전사장면만을 비추니까 마치 월남전에서는 죽는 것은 오직 미군밖에 없다는 착각을 하게 돼 반전운동이 일게 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국경의 물리적인 상황이 북한인의 대거탈출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전선근처, 그리고 휴전선에 가까운 동서해안은 온통 군사지역이고 강력한 지뢰가 깔려 있어 정권이 망하더라도 군대가 그 형체라도 유지하고 있는한 대거탈출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셋째는 북한인들의 사고가 남한으로 가야 산다거나 특히 일본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김일성독재 50년동안 미국과 함께 타기해야할 적으로 교육돼 왔다. 또 이런 교육이 아니더라도 한국민의 정서상 북한인들이 쉽게 일본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다. 일본인들이 지레 월남전의 보트피플을 생각하고 법을 고치고 수용소시설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북한도 2,300백만인구를 가진 국가인데 통일원 발표처럼 1,000∼2,000명이 연변이나 블라디보스토크지역에 산재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극히 정상적인 일이지 다른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다만 북한인들이 배가 고픈 것은 사실이다. 지역과 계층에 따라서는 아사직전에 빠져 있을 만큼 굶주리고 있다. 대부분 인민들은 독재가 두려워 국경을 넘어 도망할 생각은 고사하고 배가 고프다는 말도 제대도 못하고 있다.

북한인민의 대거탈출을 대비하는 소위 ‘기다려서 도운다’(Wait to help)는 전략은 잘못된 것이다. 도울길을 찾아내는 ‘가서 도운다’(Go to Help)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김정일정권을 두고 항복을 받으려 하거나 생색을 내려 하지만 않는 다면 굶주린 북한인민을 도울 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미 연변지역에는 군량미가 될 수 없는 사료용 강냉이가루 같은 양식을 북한인에게 보내 아사자를 살리고 있는 단체들이 있으며 이들은 인도적차원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정부도 이런 열린 길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정일화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