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들 앞다퉈 국제아트페어 참여 세계화 기틀/시장개방 대비 잇단 가격파괴로 대중화 노력도올해 미술계는 97년 시장개방을 앞두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90년이후 계속되는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친 한해였다. 국내화단에서 어느정도 자리잡은 작가들은 세계미술의 중심지인 뉴욕과 파리등으로 앞다투어 나갔고, 화랑들은 각종 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해 한국미술을 알리면서 국제화의 기틀을 다졌다. 또 잇단 가격파괴행사와 96서울국제미술제(SIAF) 등을 통해서는 시장개방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미술대중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 9일 막 내린 SIAF는 미술시장개방에 대한 깊은 우려속에 우리의 허술한 대응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 당초 이 행사는 외국화랑들이 중심이돼 서울에서 국제아트페어를 신설한다는 소문을 듣고 가나화랑과 한국종합전시장(KOEX)이 국내시장주도권을 잡기위해 준비해왔다. 하지만 일부화랑이 가나화랑의 독주를 견제하는데다 개방전에 외국화랑을 불러올 경우 시장만 잠식된다는 화랑협회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외국화랑이 배제된 채 열렸다. 화랑들의 소장품과 차세대작가작품전으로 치러진 행사는 작품판매가 저조하고 관람객도 하루평균 5,000명에 못미쳐 개방대비책으로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10월2∼7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현대미술견본시장(FIAC)은 한국미술의 세계시장진출에 힘을 실어준 행사였다. 「한국의 해」로 지정된 올해에는 국내 15개화랑 소속 35명의 작가가 참여, 출품작중 30%정도 판매하는 예상외의 수확을 거두었다. FIAC기간을 전후해서는 최종태 황영성 심문섭 최병훈 김훈씨 등이 작품전을 열어 파리에 한국미술열풍을 주도했다. 또 시카고, 바젤, 쾰른 등 주요 아트페어에 유영국 김창렬 윤형근씨 등 원로·중진작가뿐 아니라 고영훈 오수환 고영일 장혜용씨 등이 참가,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국제무대에서 돋보인 작가로는 미국에서 2차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전수천씨, 독일 프레헨국제판화트리엔날레 우수상을 받은 김승연씨, 뉴욕현대미술관의 초대를 받은 설치작가 이 불씨 등이 꼽힌다. 국내전시로는 간송추모특별전(간송미술관), 요셉 보이스전(국제화랑) 보테로전(경주 선재미술관) 호주미술전(예술의전당) 오지호전(예화랑)과 조덕현 김호석 문봉선씨 등의 개인전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불황탈출을 위해 벌였던 「한 집 한 그림걸기」 「마니프 96서울국제아트페어」 「한국고미술사료전」 등은 기대만큼 팔리지않아 빛을 못봤다. 특히 서미화랑은 피카소판화를 100만원에 판매, 오리지널논쟁을 불러일으킨 후 결국 제명되기도 했다. 또 정송화랑은 조각가 최태화씨의 작품을 복제, 판매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음으로써 작가와 화랑간의 구두로 이루어진 전시계약관행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밖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품작가 저작권양도요청, 대상수상작가전 착오에 이어 작품심사위원의 작품구입등 계속된 파문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기미를 보이지않아 미술인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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