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투명·증시침체·환율상승에 등돌리기 시작/경상적자 GDP 3∼4%수준 3년 계속땐 외환위기외국자본이 한국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은 한국경제로서는 심각한 적신호다. 외국자본의 움직임은 아직 미동에 불과하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예사로 받아 들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교역규모(세계 13위권)에 비해 올해 엄청난 적자(220억∼230억달러 전망·세계 2위)를 낸데 이어 내년에도 180억달러의 적자를 내 총외채가 1,2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고 있다. 적자누적과 함께 2년 연속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침체, 이로 인한 증시침체국면에서 외국자본은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교롭게도」 내년 미국 일본 등과 동남아국가들의 경제전망은 비교적 밝은데 비해 유독 우리의 전망이 어두운 것도 외국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국자들은 다소 안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94년 급격한 외자유출로 경제위기를 맞았던 멕시코의 경우 총외채가 국민총생산(GNP)의 35.2%에 달해 우리(95년 17.4%)보다 훨씬 열악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같은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국내총생산(GDP)대비 3∼4%수준을 3년이상 유지할 경우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우리의 경상수지적자규모가 GDP대비 4.5%에 달하고 내년에도 최소한 3∼4%에 달할 전망인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외환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국자본의 유출은 곧바로 증시에 큰 타격을 가져온다. 11월말현재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보유물량은 16조원가량(직접투자분 포함)으로 시가총액 127조원의 12.8%에 달해 국내 증시를 지탱하는 주요한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계속 매도자세를 유지할 경우 국내 증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게 분명하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매력을 잃고 있는 것은 불투명한 경기전망뿐만 아니라 원화가치가 급락,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정책당국자들이 원화환율을 올려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려 한다는 관측은 증시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증시침체와 환율상승으로 주식투자자금의 유출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외화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주식예탁증서(DR) 발행도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 DR자금조달에 차질로 가뜩이나 부족한 달러공급에 차질을 빚자 최근 환율이 또다시 급등세를 보이는 악순환을 연출했다. 시중은행들은 DR자금으로 중소기업지원자금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또 우리 외화자산의 본격적인 감소는 7월부터 종합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시작됐다. 올들어 10월말까지 경상수지적자가 195억달러에 달해 자본수지가 145억달러 흑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수지는 57억달러(오차 및 누락포함)적자였다. 종합수지 적자는 경상수지적자를 빚(부채)으로 메움에 따라 우리의 해외자산이 그만큼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도 90년대들어 매년 20%정도 증가해오던 것이 올해 11월말 현재 323억원으로 작년말(327억원)에 비해 감소한 상태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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