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협상력 ‘외교계 로키’/정보기술협정 등 난제/예상깨고 합의 끌어내「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면 군대가 국경을 넘는다」
지난해 5월 세계무역기구(WTO) 초대 사무총장이 된 레나토 루지에로(67)의 취임일성이었다. 자유무역주의자로서 루지에로의 진면모는 WTO가 출범한 이래 처음 개최된 싱가포르 WTO 각료회의(9∼13일, 128개국 참석)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번 각료회의에선 정보기술협정, 무역과 노동의 연계, 통신문제 등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난제들이 산적, 회의전부터 원만한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WTO호의 조타수 루지에로는 회의전 주요 48개국 각료회의를 먼저 열어 현안에 대한 정지작업을 벌였으며 해결이 안된 부분은 이해대립 당사국을 직접 만나 자유무역을 향한 양보와 타협을 요구했다. 이러한 노력은 정보기술협정, 최빈국의 수출 무관세혜택 등 상당부문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뚝심과 협상의 노련함 때문에 「로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의 뛰어난 협상력은 이탈리아의 나폴리대 법대를 졸업한뒤 55년 외교관으로 출발, 유럽연합 이탈리아대표, 통상장관 등 40여년에 이르는 외교·통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유능한 협상력에도 불구, 상당수 개도국들은 그가 사무총장 취임 이후 무역분쟁 조정이나 섬유시장문제, 중국의 회원가입문제 등에서 강대국의 강압적 문제해결 방식에 눌려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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