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식품체인점 ABC방송 상대 소송미국 방송사들이 몰래 카메라를 사용해 비리를 폭로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피해자들의 법정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주목를 끌고 있는 사례는 ABC방송과 유명 식품유통 체인회사인 「푸드 라이언」간의 소송.
ABC방송은 92년 식품 유통업체인 「푸드 라이언」의 체인점에 여성 프로듀서 2명을 고기 포장사로 위장 취업시킨 뒤 작업장에서의 비위생적 식품처리 과정을 폭로하는 내용의 프로를 방영했다.
이들 프로듀서는 가발과 브래지어에 극소형 몰래 카메라와 마이크를 각각 숨긴채 출근해 포장사들이 썩은 고기를 눈에 띄지 않게 재포장하거나 맛이간 생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표백제를 쓰는 장면 등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ABC가 이렇게 촬영한 테이프 가운데 일부를 그해 11월5일 저녁 「프라임타임 라이브」를 통해 방영하자 시청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푸드 라이언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 회사측 변호사들에 따르면 당시 전국 1,100개 체인점에 7만3,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푸드 라이언은 17억달러의 매출손실과 주가폭락 등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이 회사가 ABC를 상대로 제기한 혐의는 기만, 무단침입 등 2가지. 여성 프로듀서들을 위장취업 시킨 것이 기만에 해당되며 이들을 부당하게 타인의 업소에 들락거리게 한 것이 무단침입이라는 것이다.
ABC는 자사 프로듀서들이 현장을 조작한 적이 없음을 지적하며 이들을 「헌신적인 언론인」이라고 오히려 감싸고 있다. ABC는 올해초에도 프로듀서 자매를 환자로 가장해 볼티모어시의 의사에게 보내 진료과정을 녹화 방영했다가 피소됐으나 이번주 무혐의 처리됐다.
미 법원들은 ▲보도내용 자체가 부정확하거나 ▲언론기관이 의도적으로 왜곡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