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쯤 「노심」이란 말이 신문지면의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다. 말 그대로 「노태우 대통령의 마음」이라는 뜻이고 자세히 풀어보면 「노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로 누굴 택할 것인가」를 의미한다. 민자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로 민주계에는 현재의 김영삼 대통령이 있었지만 민정계에도 몇몇 거물 정치인이 거명되던 때였다. 여권에서는 그야말로 누가 후보가 될지 논의가 분분했었고 그런 마당에 노씨가 선택하는 인물이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잘 알려진대로 노씨는 배후에서는 김대통령을 지원했으나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끝내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밝히지 않았다. 김대통령도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대통령은 차기후보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며 노씨측에 「후보가시화」를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되돌아보면 「노심」에 연연했던 정치권이나 언론 모두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심」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김대통령이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온다. 공·사석에서도 몇 사람만 모여앉으면 제 나름대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며 「김심」의 향배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곤 한다. 5년이 지났지만, 문민민주주의를 내세운 현정부가 출범한지도 4년이 가까워오지만 정치인들은 여전히 차기 대통령후보 선정에 관한 한 현직대통령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다.
신한국당의 당헌에도 「대통령후보는 경선에 의해 선출한다」고 되어있고 김대통령도 『차기후보는 당원의 뜻에 따라 선출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 역시 별로 없다. 정치인들이 자유롭게 경선에 나서고 또 자연스럽게 사퇴하는 모습이 민주주의의 원형에 가깝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정치는 아직도 사실상 지명, 사전조정, 줄서기, 편가르기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혹시 이제부터 다시 5년이 지난 다음 부질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할 일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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