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는 개도국 입장 크게 반영 ILO에 일임13일 폐막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성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최대의 성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주도로 한국 일본 등 31개국이 가입한 정보기술협정(ITA: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이다. 각료회의 폐막선언문은 이 협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97년 2월까지 기초통신부문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 협정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컴퓨터 등 정보기술 관련 하이테크 제품의 관세를 2000년까지 철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관세철폐는 97년 7월부터 2000년 1월1일까지 4단계로 이루어진다. 대상품목은 컴퓨터용 축전기, 디지털 사진복사기, 광섬유 케이블, 컴퓨터 모니터,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반도체, 전자산업용 동케이블 등 180가지. 단 소비재 전자·오디오제품은 배제된다. 전문가들은 이 협정이 연간 거래액 6,000억달러(95년 기준)로 매년 1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산업 발전에 강력한 촉진제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카메라 세탁기 등 여러 관련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국들은 내년 3월15일까지 관세제도 개선사항을 WTO에 통보함으로써 이 협정에 정식서명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반도체와 모니터 산업의 수출이 느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히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컴퓨터업계는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고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는 외국제품의 공세로 고사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함께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무역역조현상을 보이고 있는 통신장비와 반도체 장비, 일반 전자부품 산업은 안방을 고스란히 내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성과는 남북간에 격론을 빚은 노동문제로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이 크게 반영됐다. 선언문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핵심노동기준을 준수할 것을 새롭게 다짐하고 국제노동기구(ILO)를 이러한 기준을 관할하는 기구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노동문제로 무역상의 규제를 가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특히 노동문제를 유엔 산하기구인 ILO에 맡김으로써 일단 이 문제를 WTO에서 재론할 수 없도록 했다. 저임금을 비교우위로 삼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등이 미국과 EU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셈이다.
WTO 2차 각료회의는 98년 제네바에서 열린다.<이광일·김광 기자>이광일·김광>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