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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경쟁력/방민준 경제과학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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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경쟁력/방민준 경제과학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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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러시아의 화성탐사위성 「화성 96」이 지구궤도에 진입하는데 실패, 남태평양에 추락했다. 4단계 추진로켓중 3단계로켓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기권 탈출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지 못해 지구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4일 발사된 미국의 화성탐사선 「마즈 패스파인더」호를 실은 델타2 로켓은 무사히 지구궤도 진입에 성공했다.추진로켓의 연료 대부분은 대기권탈출때 사용된다.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궤도에 진입하기만 하면 아주 적은 추진력과 관성으로 비행할 수 있다.

델타2 로켓의 경우 1단 추진로켓의 연료가 211톤, 2단 추진로켓의 연료가 6톤으로 총 217톤의 연료를 지상에서부터 대기권을 탈출하는데 소모해버린다. 정작 궤도에서 위치를 조정하고 귀환하는데 쓰는 연료는 600㎏에 불과하다. 99%이상의 연료를 대기권탈출에 사용하는 셈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불황탈출을 위한 농축된 추진력이 필요한 때다.총체적 경쟁력을 상실한 우리 상품들은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쫓겨나더니 급기야 후진국시장에서조차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내몰리고 있다. 성장을 주도하던 반도체 조선 자동차도 견인력을 잃었다. 경상수지적자는 올해 220억달러가 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내년에도 180억달러를 넘을 것이란게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대통령의 지시대로 내년에 적자규모가 절반으로 줄었으면 오죽 좋으련만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불황의 터널이 내년말까지 이어지리라는 어두운 전망에다 투자마인드 냉각, 주가폭락, 환율급등과 이에 따른 환차손, 외국인투자자의 철수, 대외신인도 추락 등 불길한 징후들만 나타나고 있다.

주변환경이나 우리 경제의 내재요건이 이 모양이니 웬만큼 힘을 결집하지 않고선 불황탈출의 추진력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화성탐사선은 가뿐하게 궤도진입에 성공했는데 러시아의 화성탐사선은 왜 대기권탈출에 실패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번 기회에 불황탈출에 필요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러시아의 「화성 96」처럼 우리 경제는 선진국문턱에 발만 걸쳐놓고 거꾸로 매달려 발버둥치는 꼴이 되고 만다. 국민소득 1만달러 돌파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빛을 잃는다.

비행기나 자동차에 장착된 터보엔진은 공기를 압축시켜 연료와 함께 분사케 해 연소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잡고 후발개도국의 추격에서 벗어나 선진국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농축된 힘, 「터보경쟁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힘이 모이기는커녕 흩어지는 양상이다. 정부의 규제완화는 공허한 외침으로만 남고 거품제거나 과소비추방 캠페인은 호소력을 잃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정부나 정당들이 모두 내년 대통령선거에 매달려 매사를 선거와 관련시켜 처리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법개정을 비롯한 각종 법안의 제정·개정작업이나 사회간접자본투자계획 등이 모두 대선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인사는 『모든 정책이 선거라는 바탕을 깔고 입안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벌써부터 대통령선거의 폐해가 이 정도니 선거분위기에 휩싸일 내년에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 걱정이 태산같다.

시간이 없다. 남은 힘도 별로 없다. 바닥나기 전에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우리 경제가 불황의 늪지대를 탈출할 수 있는 「터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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