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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여성대사’/라그네 비르테 룬드(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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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여성대사’/라그네 비르테 룬드(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6.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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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상황을 보는 것은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처음 한국에 부임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여성대사를 신기하게 보았고, 어떤 이들은 나의 가정생활에 대해 알고 싶어했으며, 외교관으로서 「사교생활」을 얼마나 잘 해낼지 궁금해 했다. 또다른 이들은 여성의 역할이 매우 다른 사회에서 내가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를 못미더워 했다. 그러나 나는 존경과 인정을 받았다. 한국정부가 고위공직에 여성을 발탁하는데 나의 예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나는 여성의 진보와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여성단체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세미나와 워크숍에 초대돼 노르웨이의 남녀평등 정책과 제도에 관해 얘기하면서 한국여성들이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꼈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남성들이 가정에서 무척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듣게 됐다. 남성은 월급을 통째로 아내에게 주고 용돈을 얻어쓰고 있을 만큼 무력한 반면, 여성이 모든 가정사를 관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막강한가 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말은 달랐다. 그들은 식구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요구받고, 남편은 늦게 귀가하며, 많은 여성들이 결혼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이 점은 얼마전 노르웨이 여성들이 가졌던 불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가정에 많은 책임을 졌고 사회적 차별로 고통받았다. 그러나 내가 대학생이었을 무렵 여성의 지위는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부의 가시적인 남녀평등 정책을 통해 가능했다.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조치들이 취해졌다. 여성은 정치 등 남성이 장악해온 영역에 용기있게 뛰어들었다. 정당은 자발적으로 성별쿼터제를 도입했다. 그결과 공공기관의 여성 비율이 40%를 넘도록 규정됐고, 장관들은 남녀평등 정책을 세워야 했다.

여성문제 연구자들은 정책에 관여했고, 노동조합은 건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여성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그 결과 어린 아이를 둔 부부를 위한 자유근무시간제가 도입되고 탁아시설이 늘고 남녀 모두 유급 육아휴직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여성의 정계진출을 장려하고 여성후보자들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캠페인도 벌어졌다. 그 결과 이제 노르웨이의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40%에 이른다. 18명의 각료중 8명이 여성이다. 쿼터제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 세계는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고 있다. 나는 남녀 모두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확신한다. 강력한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한국여성의 지위향상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2년간 많은 여성과 교류하면서 가시적인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여성개발법안」을 비롯,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정책들이 발판이 될 것이다. 내가 만났던 많은 여성의 우수한 자질은 한국사회가 남녀간 새로운 차원의 조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런 미래가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주한 노르웨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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