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0권… 일제시대 종가 며느리 3대 기구한 삶 그려내중견 소설가 최명희(49)씨가 대하예술소설 「혼불」(한길사간)을 17년만에 완간, 화제가 되고 있다. 108개의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 10권으로 구성한 소설은 「흔들리는 바람」 「평토제」 「아소, 님하」 「꽃심을 지닌 땅」 등 5부로 나뉜다. 「혼불」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낱말. 최씨는 「정신의 불」 「목숨의 불」이 혼불이라며 『작품을 통해 내 존재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소설의 무대는 1930년대말 전북 남원의 양반촌인 매안마을. 유서깊은 문중인 매안 이씨가문과 이곳에서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마을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이씨가문의 종가를 지키는 청암부인, 율촌댁, 효원 등 종부 3대의 애절하고 기구한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이씨 가문의 대종손 강모의 혼례식으로 시작된다. 며느리 3대를 중심으로 근대사의 격랑속에서도 전통적 삶의 방식을 당당하게 지켜나갔던 양반사회의 기품있는 삶의 모습과 천민·평민으로 태어나 한많은 세상을 사는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작가 최씨는 컴퓨터시대에 만년필만을 고집하는 사람이다. 최씨가 만년필 촉으로 17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혼불」은 200자 원고지 1만2,000여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93년 여름 베이징(북경) 등 중국 곳곳을 64일간 취재여행을 했다. 제4부 「꽃심을 지닌 땅」에 등장하는 「사천왕」을 그리기 위해서는 1년동안 송광사, 선운사, 능가사 등을 찾아가 형상을 더듬었다.
최씨는 후기에서 『한 시대와 한 가문, 거멍굴 사람들의 쓰라린 혼불들이 저절로 간절하게 타올랐으며, 나는 단지 그들의 오랜 원과 이야기를 대신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