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 연작장편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은 선재라는 이름을 가진 고교 2년생이 5월부터 12월까지 쓴 일기의 형식을 취한 네 편의 작품과 그 이듬해 여름방학 때 낯선 섬에서 지내면서 띄엄띄엄 쓴 수상의 형식을 취한 한 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기와 수상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선재가 생각이 깊고 바람직한 삶을 살려는 열망과 따뜻한 인간미를 간직한 인물이라는 것, 부모는 없으며 생활력이 강한 누나와 단 둘이 살아왔다는 것, 친구나 교사에게 뛰어난 글재주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그러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인 일 년 남짓한 기간에 선재에게 일어나는 일은 어떤 것들인가? 우선, 누나의 결혼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모두 교육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여기서 교육의 문제란 학교와, 선재 친구들의 가정에 대한 묘사를 통해서 제기되는 가정교육의 문제를 모두 포함한다.선재에게 일어나는 일을 통해 부각되는 교육의 문제들은 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우리나라의 파행적인 교육현실에 대하여 괴로운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작가는 다양한 사건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연결지으면서 그와 같은 문제 제기의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 제기가 행해지는 방식은 일체의 과장과 호들갑을 배격한 차분함으로 일관되고 있다. 과장을 일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잘하는 짓인양 여기는 유치한 태도가 사회 전체를 뒤덮고 급기야 글쓰기의 세계까지 완전하게 장악하려 하는 경박한 시대에 있어서 이와 같은 차분함은 분명 소중한 미덕이다. 이 작품이 한편으로 갖고 있는 내면지향적 교양소설의 면모와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이 차분함으로 일관하다 보면 자칫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모두…」는 수수께끼를 내놓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조금씩 드러내가는 수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그와 같은 위험성을 간단히 극복하고 있다. 이러한 수법은 독자들의 마음 속에 긴장감을 동반한 지적 흥미를 강력하게 촉발한다.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어디서 생겨나겠는가?<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 교수>이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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