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향한 짝짓기’ 끝없는 집념/지자제선거 여세몰아 민주정통후보 모색하다 총선실패후 한때 주춤/DJP구도로 세 확장 모색96년을 일관하는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정치적 명제는 「후보단일화」이다. 그는 네번째 도전하는 대권의 꿈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후보단일화론을 선택한 뒤 이를 가다듬고 현실화하면서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라 후보단일화론의 내용과 성격은 전혀 방향성을 달리한다. 4월이 기점이었다.
지난 1월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민주정통 후보단일화론」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YS DJ대타협론」. 신한국당내 민주계와 국민회의가 민주정통세력으로 결합, 마침내 김영삼 대통령이 김총재의 손을 들어준다는 논리였다. 명분은 민주세력 결집이나, 사실상 15대 총선에서 국민회의의 승리를 전제로 한 압박전술이었다. 언뜻 보기에 희망사항으로 보이는 이 대권방법론이 구체성을 띤 것은 95년 지자제선거 대승에 따른 김총재의 정치적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김총재는 오랜만의 정치적 여유속에서 다양한 대권방법론을 탐구했던 것이다. 물론 여전한 절대반대층의 존재 등 피할 수 없는 현실상황도 크게 작용했다.
김총재는 「정계복귀」라는 살얼음판을 건너면서 마주친 지자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4·11총선 결과 역시 낙관하는 것 처럼 보였다. 총선승리를 담보로 얻어낸 YS의 지지를 바탕으로 절대반대층을 극복한다는 대권성취 논리가 「민주정통 후보단일화론」이었다.
그러나 이는 구상단계에서 좌절되고 말았다. 국민회의가 4·11총선에서 79석을 얻는데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패배원인이라는 야권분열론은 DJ심판론으로 연결됐다. 김총재는 정치적 위기를 맞는듯 했다.
김총재는 야권공조란 타개책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5월4일 김종필 자민련총재와의 회동 이후 김총재는 자신의 새로운 대권논리를 「야권후보단일화론」으로 압축했다. 이른바 「DJP」. JP와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당 안팎의 회의적 시각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김총재의 흑묘백묘론이었다.
김총재는 『수평적 지역적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연립정부, 거국내각을 이루는 후보단일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월2일 김용환 자민련사무총장과 만나 내각제 개헌, 권력분점 등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상대의 의중을 타진했다. 김총재는 자신으로의 단일화가 「정치적 대세」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96년은 양김을 넘나드는 김총재의 노련한 정치승부수를 다시 한번 관전할 수 있는 한해였다.
◎97대선과 DJ/JP파워 실어 4수 관문 돌파할까
김대중 총재는 97년 대선에 나설 것이 틀림없다. 4번째 대권도전이다. 지금까지 김총재는 『출마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내년 봄에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의 출마집념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후보단일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야권후보단일화는 김대중 총재로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6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DJ대세론」을 전파하고 있다. 나아가 『집권회의론이 소멸되었고 대안부재론과 대세론이 점점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김총재도 한번 해야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냐는 「동정론」도 있다』며 대선승리 마저 장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도 DJ가 JP에게 결코 단일후보를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김총재가 단일후보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대권고지에 오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한두개가 아니다. 우선 야권단일후보 필승론을 주장하는 그로서는 JP를 설득, 완벽한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이미 두사람 사이에 구체적 논의는 시작됐으나 단일화의 고리인 내각제 개헌 등에서 적지 않은 간극을 보이고 있어 향방을 점치기가 어렵다. 김총재는 이와 함께 당내의 반발기류를 잡음없이 제압해야 한다.
내각제는 물론 JP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김상현 지도위의장과 김근태·정대철 부총재의 반대를 무마하고 5월 정기 전당대회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총재는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는 4·11총선에서 내각제 저지를 명분으로 국민지지를 호소했으나 이제 내각제를 전제한 후보단일화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김총재의 마지막 딜레마는 『과연 후보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는가』라는 회의이다. 최근 야권 제3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여론조사결과가 적지 않은 것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동시에 적지않은 여론조사에서 김총재가 『가장 적합한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사실도 그와 국민회의를 크게 고무시키고 있다. 97년 대선은 그야말로 김총재의 마지막 승부처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8문 8답/“대통령제 국민선택 존중/현정부 개혁정책 실패작”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은.
『위기관리능력이다. 지금 국가를 지탱하는 두축인 경제와 안보 모두가 위기상황이다. 국민 대다수는 차기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으로 경제해결능력을 꼽고 있을 정도이다. 대북정책 혼선과 강릉 무장간첩침투사건에서 우리는 안보상황 역시 위기상황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경제와 안보의 위기상황은 국정운영에 관한 분명한 철학과 경륜, 강력한 지도력이 종합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차기 대통령의 위기관리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경제난을 해결하는 방안은.
『모 외신은 「한국의 기적은 끝났다」라고 단언했다. 경제가 어렵게 된 원인은 정부의 무철학, 무전략, 무정책 때문이다.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첫째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부기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국영기업에 대해서도 개혁을 해야 한다. 둘째 기업인과 근로자의 사기를 올리고 의욕을 높여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상호협력하고 공동이익을 추구토록 해야 한다. 셋째 당장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넷째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쌍두마차 체제, 도시와 농촌이 공존공영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섯째 한국은행독립과 금융시장 자율화가 촉진돼야 한다. 일곱째 문화와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통일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옳은가. 향후 대북정책은.
『무엇보다 안보가 중요하다. 튼튼한 안보가 기반이 되지않고서 어떤 통일정책도 힘있게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릉 무장간첩침투사건에서 보듯이 안보 허점을 노린 북한의 모험적 도발책동은 오히려 남북대화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책동 등 적화야욕을 포기케하고 혹시 예견하지 못할 어떤 북한내부의 사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안보를 기초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가 그들을 붕괴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북한에 주어야 하며 모험적 행동보다는 대화를 통한 개방이 이익이 된다는 것을 북한에 알려주어야 한다』
―현행헌법의 대통령 단임제에 대한 견해는.
『우선 국민들이 대통령단임제를 선택하게 된 정치적 역사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정부의 대표적 개혁정책으로 부정부패척결, 군내 사조직 척결, 금융실명제, 교육개혁, 신재벌정책, 노사개혁등을 들 수 있다. 이 모든 개혁정책은 단적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부정부패 척결을 그렇게 외쳤지만 국방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의 비리사실 등 공직자 부정부패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군내 사조직 척결은 TK군맥을 PK군맥으로 바꾼 것에 불과했으며 금융실명제 실시는 중소기업의 자금난만 가중시켜 보완대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교육개혁 역시 일선 교사들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신재벌정책은 슬그머니 사라진지 오래이다. 노사개혁도 그 오랜 시간을 끌고서 기업은 물론 노동자측의 동의도 받지못한 채 반발만 사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한 전망은.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에 대한 공감대가 확보되어 있으며 국민들 사이에서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자민련과는 야권공조를 통해 신뢰를 쌓아왔으며 양당뿐만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후보단일화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권후보단일화 전망은 밝다』
―당에서는 언제 경선절차를 밟을 것인가.
『당헌당규에 따라 할 것이다. 당헌상 정기전당대회는 내년 5월에 갖기로 되어 있다』
―여권의 대선후보 선출에 대한 전망은.
『다른 당 내부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대권 어록/“대통령이 되고픈 간절한 소망있다”
◇『정당간의 수평적 정권교체 뿐만아니라 반드시 지역간의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이 원치 않거나, 당이 원하더라도 국민이 원치 않거나 또 공명선거에 대한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다면 출마를 결심할 수 없다』(5월15일 국민회의 총선당선자총회)
◇『우리가 정권을 잡는 것은 민족과 국민에 대한 신성한 의무이다』(8월23일 중앙당 당직자수련회)
◇『야권후보단일화는 가능성과 필요성이 다 있으나 그것에 대한 판단은 내년 중반기쯤 가야 설 것이다』(8월26일 부산 언론사 간부와 간담회)
◇『국민의 위임이 없는 속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 후보단일화를 위해 내각제 협상을 할 용의가 있으나 16대 선거에서 개헌을 공약하고 지지를 얻은 후에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11월16일 대학생 모니터요원과 간담회)
◇『내년 대선에서 기필코 야권단일후보를 만들어 반드시 승리하겠으며 정권교체에 찬성하면 누구하고도 손을 잡겠다』(12월8일 부산 사하을지구당 창당대회)<정리=권혁범 기자>정리=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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