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저 달러고」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의 시세를 반영하는 원·달러매매기준환율이 10일 1달러당 833원30전에서 11일 835원으로 올랐다. 90년 시장환율제도가 도입된 이후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최고치에 이른 것이다. 원화가 올해 들어서 7.2%나 절하된 것이다.이런 추세로 간다면 연말에 가서는 1달러 840원대가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달러강세가 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나 원화에 대한 강세가 상대적으로 지나친 것같은 것이 우리 경제에 주름을 주지 않을까 해서 불안하다. 특히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것이 우려를 더하게 한다.
현재의 급속한 원화절하는 달러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장원리상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당연한 현상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 악화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폭등을 가져오는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수요증대보다는 오히려 공급부족에서 야기되고 있다 하겠다. 경상수지의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다가 경기침체에 따른 증시침체로 외국투자자금의 유입이 격감되고 있는 것이 달러화의 공급을 감소시킨 것이다.
경상수지적자는 연말까지는 200억달러내지 22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틀리기로 유명한 정부의 당초 예측보다 100억달러 이상 증대하는 것이고 지난 10월께 수정예측했던 180억달러보다는 20억달러 이상이 늘어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제는 단기자본수지까지 적자로 전환, 종합수지(경상수지+장기자본수지+기초수지+단기자본수지)까지 10월말 현재 4개월째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경상수지에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외국자본의 폭발적인 국내증시 유입 등으로 자본수지는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 외채지불 능력 등 국제수지적자의 파생문제에 대해 간과해 왔다. 심지어 달러의 유입증대가 가져올지 모를 인플레(통화증발)압력을 우려, 들어오는 달러를 어떻게 하면 다시 해외로 돌릴 수 있는가를 걱정했던 것이다.
결국 환상적인 고민으로 끝난 것인데 이제는 대외지불능력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 원화의 과대한 평가절하는 이미 1,000억달러를 상회하는 외채의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수출증대에 따른 이득을 상회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발생한 환차손만 해도 1조원을 넘는다 한다. 또한 수입원자재나 소비재의 수입가격 상승으로 물가인상을 촉발하게 된다.
환율안정을 위해 국제수지 악화와 환율인상의 연결고리를 단절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범위에서 외환시장에 개입, 환시장 조작을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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