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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연정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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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연정 ‘적과의 동침’

입력
1996.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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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저 “개혁기반 잃을라” 노선수정 타협안에/사사건건 충돌 NZF당수 피터스 예상밖 ‘동승’두달을 끌어온 뉴질랜드 연정협상이 「적과의 동침」으로 결말났다. 극우 민족주의자인 윈스턴 피터스(50) 뉴질랜드 제일당(NZF)당수가 10일 집권 국민당(NP)의 짐 볼저(61) 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연정합의는 양당의 노선차이를 일단 논외로 친다해도 의외로 여겨진다. 「물과 기름」으로 불렸던 피터스 당수와 볼저 총리의 개인적 관계 및 스타일 차이를 고려할 때 두사람이 한 배를 타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 10월12일 총선결과는 총 120석중 NP 44석, 노동당 37석, NZF 17석이었다. 캐스팅 보트를 쥔 피터스가 노동당과 손잡을 것이고 당연히 볼저 정권도 끝날 것이란 게 당초 전망이었으나 실제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난 셈.

정책노선을 싸고 내연해 온 두사람의 악감정은 91년 볼저 총리가 피터스를 마오리 담당장관에서 해임하면서 표면화했다.

원주민 마오리족 혼혈로 인종주의 색채가 강한 피터스와 개방·민영화를 외쳐온 볼저의 반목이 폭발한 것이다.

93년에는 피터스가 아예 NP를 탈당, NZF를 창설해 딴살림을 차리면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보였다. 지난 총선 직후에는 피터스가 『연정협상하자며 귀찮게 전화하지 말라』고 볼저에게 창피를 주기도 했다.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3년간 뉴질랜드 대내외 정치에도 상당한 굴곡을 초래할 전망이다. 피터스가 주장하는 복지우선, 철저한 이민제한 정책이 볼저 정권의 기존 노선과 상극인 탓이다. 볼저는 그러나 「권력을 잃으면 개혁기반도 무너진다」는 판단 아래 「동침」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볼저 총리는 따라서 감세정책 1년유예, 사회보장 확대 등에서 양보한 반면 재정적자 축소 및 민영화 정책은 지속한다는 타협안을 끌어냈다.

그러나 부총리와 재무장관을 겸임, 충분한 실탄을 갖게 된 피터스가 볼저 총리와 순조로운 관계를 유지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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