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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역 먹으며 “반찬이름 뭐냐”/탈북일가 서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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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역 먹으며 “반찬이름 뭐냐”/탈북일가 서울의 하루

입력
1996.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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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종류 김치는 생전 처음”/아이들 뛰놀며 서울생활 적응/“아직 안믿긴다” 밤잠 설치기도/조사 조속 마무리 18일께 회견한달 보름에 걸친 「목숨을 건 대탈주」를 마감하고 서울에 안긴 김경호(61)씨 일가는 시내 모처 정부 합동신문소에서 10일 휴식과 안정을 취하며 자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합동신문소 관계자는 『김씨일가가 아직 마음의 안정을 완전히 찾지 못하고 있어 구체적인 신문을 하지 않았다』면서 『오늘 아침 의사가 와서 두번째 건강진단을 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에서 첫 밤을 보낸 이들은 상오 7시께 함께 일어나 30분정도 신문소 주변 정원을 산책한 후 아침식사를 했다. 김씨는 중풍 때문인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부인 최현실(57)씨가 「대변인」역할을 했다. 최씨는 탈출과정에서 모든 일을 앞장서 처리해 왔던 것처럼 신문소 내에서도 「대장역할」을 했다. 식사 때도 자녀와 손자들에게 일일이 반찬을 집어주며 내용과 먹는 법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전날의 긴장이 다소 해소된 듯 많은 얘기를 나누며 식사했으며 특히 어린아이들은 여러가지 반찬이 신기한 듯 어른들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이들은 김과 미역을 가리키며 『처음 보는 반찬이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으며 김치가 제일 먹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북한에도 김치는 있지만 양념이 부족해 제대로 만들어 먹지 못한다』며 『이렇게 여러 종류의 김치는 생전 처음 먹어본다』고 말했다. 식사 후 어른들은 방에 모여 얘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고 아이들은 하루종일 정원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식사는 북한과 남한의 음식문화 차이 및 이들의 식성을 고려, 특별메뉴를 준비하지 않고 된장찌개와 쇠고기국 등 서울의 일반가정에서 먹는 수준으로 평범하게 차렸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들은 휴식을 취하며 귀순동기, 북한에서의 행적, 최근 북한동향 등에 대해 본격적인 신문 및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정황으로 미뤄볼 때 김씨일가의 조사는 다른 탈북귀순자의 경우보다 빨리 마무리돼 이르면 18일께 기자회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일가는 9일 김포공항에서 가족면회와 기자회견을 가진 후 곧바로 합동신문소로 옮겨져 저녁식사를 하고 건강검진과 인정신문절차를 밟았다.

건강검진은 이들의 피로를 고려해 외부상처 확인이나 혈압측정 등 필수적인 것만 했으며 모두 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풍을 앓고 있는 김경호씨, 임신 7개월인 막내딸 명순(28)씨와 태아의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조사관들로부터 이름과 생년월일, 북한내 거주주소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과정만 간단히 거친 뒤 하오 10시30분께 가족별로 6개 온돌방에 나뉘어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김씨와 부인 최씨는 서울도착이 믿어지지 않는 듯 잠을 설쳤으며 자정께에야 잠이 든 것같다고 관계자는 전했다.<윤순환·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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