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스피드를 추구하는 것일까. 아직 걸음마도 채 내딛지 못하는 갓난아이가 보행기를 타면 신이 난다. 조금만 더 자라면 세발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른다. 초등학교 운동회날 달리기에서 1등이라도 하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 인간은 스피드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현대사회에서 공업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스피드본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자동차를 갖고 싶은 욕망도 장소이동만이 목적은 아니다. 차를 사면 고속도로에서 질주하고 싶어진다. 쾌속질주. 버릴 수 없는 욕망이다.
국내 카레이스는 87년 20여명의 레이서들이 영종도 갯벌에서 자신의 차를 달리면서 시작됐다. 93년 용인에 전용경기장이 생기면서 레이서의 수도 불어나 지금은 2,000명의 전문레이서들이 활동하고 있다. 카레이서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미용실을 경영하던 평범한 주부에서부터 모녀, 부부 카레이서들.
이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200㎞ 이상의 스피드를 낼까. 『폭발적인 굉음을 내며 달려가는 경주용차의 스피드에 반했습니다. 카레이스는 한번 빠지면 결코 헤쳐 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더군요』(주부 카레이서 장명숙(52)씨).
『레이스는 컨트롤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컨트롤하는 것이죠. 달릴 때 무아지경에 빠지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카레이서 이재윤(25)씨).
달리는 사람만이 아니다. 보는 사람에게도 블랙홀이다. 43년 역사를 가지고 세계를 순회하는 「F1 그랑프리」에 모이는 50만의 관중. 국내 「모터챔피언십」을 보러 용인으로 몰려드는 5,000여 명의 팬들. 이들은 스피드에 대한 욕구를 대리만족한다. 울리는 자동차 굉음에 마음이 흔들리고 코너링할 때 부딪히는 차들을 보면서 짜릿함을 느낀다.
자동차 업계 입장은 다분히 산업적이다. 「달리는 실험실」이자 「달리는 광고판」인 셈이다. 일본의 혼다는 80년대 말 「F1 그랑프리」로 그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했다. 현대 대우 기아 등은 경기를 통해 성능을 과시하고 기술을 점검한다. 무엇보다 차의 우수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간 부숴버린 차만 해도 10여대가 넘는다는 카레이서 김재민(37)씨. 『정상을 제외한 레이서들에게는 밑지는 장사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돈을 주고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매력이 있다면 이해하시겠습니까』<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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