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 낮은 기업들 주식매입 부산/‘매수요건 강화’ 내년 4월이전 절정 예상재계에 기업인수합병(M&A)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새로운 증권거래법의 시행(내년 4월)을 앞두고 최근들어 대주주의 「얼굴」이 바뀌는 회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일반주주가 힘을 모아 「쿠데타」를 일으키는가 하면 공개매수 선전포고에 역공개매수로 정면대응하고, 「흑기사」(기존 대주주에 맞서 경영권 탈취를 돕는 세력) 등 제3자를 동원한 경영권 공방도 치열하다.
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주인이 바뀐 회사는 20개이며, 현재 M&A가 진행중인 기업도 한화종금 항도종금 등 10여개에 달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거평건설이 새한종금을 삼킨데 이어 권성문 한국M&A 사장이 봉제의류업체인 군자산업을, 무역업체인 EZC코리아가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인 한일써키트를, 엔케이텔레콤이 범한정기를 인수했다.
최근들어서도 한화종금 항도종금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M&A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 회장 등 일반주주의 한화종금 주식매집사건이후 그동안 금기시돼온 적대적 M&A도 경영정상화나 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인식까지 확산되고 있다.
항도종금의 경우 경영권 탈취를 위해 효진이 최근 공개매수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대주주인 서륭 등이 효성그룹을 「백기사」(경영권 방어를 지원하는 세력)로 동원, 역공개매수에 돌입했다.
제일물산의 2대주주였던 김인준씨 형제들은 올해초 신원그룹을 「흑기사」로 끌어들여 제일물산의 경영권을 장악한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이를 신원에 되넘기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국M&A 권사장은 의류업체인 영우통상을 인수했다가 6개월만인 10월초 조동길 한솔제지 부사장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등 「연쇄 M&A」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이같은 「기업사냥」이 붐을 이루는 것은 증권거래법이 개정되는 내년 4월부터 M&A의 문은 활짝 열리지만, 25%이상 지분을 취득할 때는 50%이상의 주식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해야 하는 등 기존 경영권에 대한 보호막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M&A에 따른 자금부담을 최소화하려면 개정법 시행이전에 앞당겨 기업을 인수하는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M&A의 무풍지대인양 수수방관했던 중견 및 대기업들 사이에도 M&A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 대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식 지분율을 높이는 한편 계열사나 관계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점검하는 등 문단속에 나섰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주주 지분이 낮고 자본금이 적거나 미래성장산업인 전자·정보통신업체 등은 M&A의 단골메뉴로 오르내리고 있다』며 『향후 외국계자금의 국내기업 인수, 재벌그룹 계열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공략도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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