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테디 루스벨트’ 꿈꾼다틈만나면 역사책을 탐독하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스스로를 시어도어(테디) 루스벨트 대통령(1858∼1919)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테디 루스벨트는 20세기 벽두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기에 처해있던 미국을 이끌었던 인물. 부통령 재직시인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저격당한 뒤 대통령직을 승계했던 그는 1904년 재선에 성공한 뒤 미국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소비자 보호운동, 자연보호 운동등을 주창하기도 했다.
테디 루스벨트와 마찬가지로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이 「21세기의 테디 루스벨트」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자신이 21세기 미국을 정보화 사회로 이끄는데 적임자임을 강조하곤 했다. 민주당이 대선 구호로 선택했던 「21세기에로의 다리」는 클린턴의 이같은 역사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클린턴은 미국인들을 미래의 정보사회에서 승리자로 만들기 위해 연방정부가 고등교육과 기술연수 등 최소한 2가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1월 연두교서를 통해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던 그였지만 다음 세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의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고교 재학생 가운데 상위 5%내의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는 1,000달러의 우등 장학금을 지급하며 B학점 이상의 대학생에게는 세제혜택을 준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선거공약으로 제시됐다.
전직자들에게는 컴퓨터 및 기술교육을 주선하며 근로자들에게는 인간적인 삶을 누릴만한 실질임금을 보장한다는 소위 「경제안보 정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의 유권자들, 특히 자녀를 둔 여성 유권자들은 그들의 피부에 와 닿는 클린턴 대통령의 「가족우선」공약을 다시한번 믿기로 했다. 클린턴의 도덕성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경제 해결사」로서의 그의 자질을 평가해 4년 더 그에게 국정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클린턴의 스캔들을 모두 용서키로 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21세기의 테디 루스벨트」를 꿈꾸는 클린턴이 스캔들의 중압감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한채 「70년대의 러처드 닉슨」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정치분석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설사 클린턴 대통령이 운좋게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화이트워터 사건 등에 휘말려있는 힐러리 여사가 남편의 재임시 기소될 소지도 다분하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