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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탈북일가­홍콩서 서울까지 동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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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탈북일가­홍콩서 서울까지 동승기

입력
1996.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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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부부 감회깊은듯 계속 눈물/아이들은 명랑 재롱 부리기도/44일 4천㎞ 대탈출극 “마침표”【대한항공 KE618편 기내에서=공동취재단】 9일 하오 4시30분. 홍콩에서 서울로 향하는 대한항공 KE618기내에서 김경호(61)씨 가족들의 눈에서는 하나같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만강에서 홍콩까지 44일간, 4천㎞에 달하는 대탈출극끝에 드디어 서울망명이 실현됐다는 안도감과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 불안이 뒤섞여 만감이 교차했기 때문이었다.

김씨 부부가 특히 감회가 깊은 듯 가장 눈물이 많았고 셋째 사위 이수철씨도 눈물줄기가 그치지 않았다.

가족들의 공통된 심정은 『한마디로 꿈에 그리던 서울에 가게돼 기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서울 생활이 어떤지 몰라 아직은 아무런 장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둘째딸 명실씨(36)의 한마디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김씨 가족들은 대부분 긴장이 덜 풀리고 피로가 심해 몹시 지쳐보이긴 했으나 전원이 매우 건강하고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었다. 특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임신 7개월의 막내딸 명순씨도 『뱃속의 아기가 건강하냐』는 질문에만은 『건강하다』고 밝게 답했다.

어른들이 상념과 피로감 속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것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명랑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둘째딸 명실과 김영환씨 부부의 아들 충진(6), 딸 충심(3), 셋째딸 명숙과 이수철씨 부부의 아들 현철(9), 딸 봄(5), 장남 금철(30)씨와 이혜영씨의 아들 금혁(3) 등 5명의 어린이들은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 했으나 곧 장난을 치는가 하면 동승한 보도진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특히 현철군은 서울이 가까워지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재롱을 부리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과 홍콩에서의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았던 탓인지 고추장이 곁들여진 기내식이 제공되자 멀미로 고생을 하면서도 과일과 음료수로 속을 달랜 뒤 맛있게 음식을 들었다.

이들은 서울공항에 도착할 무렵부터는 온가족이 비행기 아래로 펼쳐진 서울의 정경에 눈을 떼지 못하며 새 삶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또 승객중에 아래로 보이는 강을 가리키며 『한강』이라고 소리치자 김경호씨는 목이 아파 아무말을 못하면서도 창을 통해 한강과 강변에 병풍처럼 늘어선 아파트를 지그시 내려다 보았다.

하오 5시15분께 서울 공항에 안착했다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승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이들의 서울행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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