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직원 확대정책 불구 경력·어학 갖춘 국내인력 드물어/국제회의·자원봉사 등 적극참여를국제기구가 여성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요건에 맞는 여성전문가가 부족하여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2000년까지 여성직원비율을 5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채용공고때마다 「같은 조건이면 여성을 채용하겠다」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수십건의 중견직원 채용공고를 통해 이점을 알려왔으나 한명도 선발되지 못했다.
다만 88년에 들어간 유자경씨가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도서관장(P4) 직위에 올라있다. 또 91년 유엔 가입이래 우리나라 사람만을 대상으로 선발한 유엔 사무국 전문직 하위직(P2 P3)에 25명이 뽑혀 16명이 일하고 있는데 그 중 7명이 여성일 뿐이다.
여성참여 저조가 안타까운 까닭은 우리나라의 유엔분담금비율이 0.82%로 전체 185개 회원국 가운데 17위, 아시아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직원은 전체 1만8,373명 가운데 61명(0.33%) 뿐인 데에 있다. 분담금에서 아시아권 1위인 일본은 분담율 13.95%에 비해 직원비율은 2.9%에 불과하지만 고위직이 많다. 특히 여성은 사무차장보급 이상 12명 중 2명이 일본인이며 그 중 하나인 오가타 사다코 유엔고등판무관실 사무총장은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 후임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국제기구 중견직으로 우리나라 여성이 뽑히지 않는 것은 학력과 경력을 고루 요구하는 선발기준에 적합한 사람이 드물어서이다.
국제기구는 실무직원인 P1∼P3, 과장급인 P4 P5, 부국장급인 D1, 국장급인 D2 등으로 나눠 채용자격을 제한한다. 가령 P4면 36∼40세 중 박사학위자라면 6년, 석사학위자는 8년, 학사학위자는 10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전문가는 학력은 높은 반면 실무경력이 약하다. 유엔이 경쟁시험을 자주 치르는 행정 경제 법률 정치 정보처리 통계 분야에 합당한 여성은 더욱 귀한 실정이다.
어학도 문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 중 2개어를 알아 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영어 일변도이다. 정무2장관실이 93년 「아시아·태평양 여성전문가 인명록」에 올린 74명 가운데 비영어권 인사는 3명뿐인데 이들도 유엔 공용어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무2장관실은 각종 국제회의와 전문가 모임에 여성전문가를 보내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월에 마닐라에서 열린 APEC 무역투자회의에 기업인 정영애(덕명인터내셔날 대표)씨를 보낸 데 이어 17일 마드라스에서 열리는 UNDP 아·태 지역 빈곤퇴치를 위한 여성과학자 회의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오세화 회장과 동국대 응용생물학과 김혜영 교수를 보낸다.
전문가회의를 통해 전문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고 그를 기반으로 국가가 추천권을 행사하는 고위직기용도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김영정 전 정무2장관이 2월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에 올랐다.
정무2장관실 황인자 제3조정관은 『국제기구 근무란 오지근무처럼 어려움도 많지만 국제정책에 자신의 의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며 『사회 중견인 여성은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경력을 쌓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는 여성이라면 국제기구의 인턴쉽제도나 국제협력단의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국제전문가로서 첫발을 디뎌보라』고 권한다.
◎국제기구에 취업하려면
외무부가 95년 2월에 설립한 국제기구 인사센터(02-725-2839)를 통해 취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제기구는 새로운 자리가 나면 회원국을 대상으로 공석정보(Vacancy Announcement)를 내고 있다. 외무부 국제기구 인사센터는 이같은 공석정보를 격월간 또는 계간으로 발행하는 「국제기구 직원 모집 정보」지에 싣고 있다. 같은 정보를 컴퓨터통신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천리안 초기화면에서 「go MFO」를 누른후 「외무부 세계의 창」으로 접속하면 11번이 「국제기구 인사안내」이다.
국제기구 인사센터에서는 국제기구 진출 후보자 등록도 받고 있다. 이력서를 받아놓고 국제기구에 추천할 기회가 생기면 적합한 사람을 이 가운데서 찾는다.
우리 정부가 주관하여 국제기구 직원감을 키우는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제도도 있다. 올해 처음으로 5명(여성 3명)을 선발했는데 매년 늘려 2000년에는 연 30명까지 선발할 계획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1∼2년간 국제기구에 파견하여 근무경력을 쌓게 한 후 정규직원으로 진출케 하는 제도이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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