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난날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겪고 나서 이제는 눈물조차 말라붙었다고들 한탄하였다. 너무도 기막힌 꼴을 많이 당해서 그랬지만 그래도 그것은 좀 과장된 표현이었다. 그뒤 우리는 이산가족들의 큰 눈물을 보았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던가, 슬픔의 눈물이었던가. 어쨌든 눈물이 말라 붙은 것은 아니었다.눈물이 왈칵 솟을 때면 나는 순간 무아의 상태가 된다. 어떤 순결한 세계에 잠깐 빠지는 것 같은데, 깨고 나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면서 눈물이 나오는 때가 있다. 예고없는 어떤 순간에 찾아오는 현상인데 무어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정신적인 교감, 또 어떤 감격의 순간이 아닐까도 싶다. 그 좋음이란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지만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중의 하나일 것 같다.
얼마전 예술의 전당에 친구 그림을 보러 갔다가 세계의 문자전시회란 것이 있어 들렀는데 한글의 재미있는 여러가지 모양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그중에도 조선시대 여인네의 솜씨로 짐작되는 서첩들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도 아름답거니와 가는 붓으로 깨알같이 적은 글씨들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아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절절한 여인네의 정성스런 마음씨에 감동된 것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순수할 수가 있나. 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몇번이고 감사하였다.
몇해 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루브르박물관에 들렀는데 이집트 특별전이 있었다. 여기저기 놓여진 커다란 돌덩이 사이를 돌면서 나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돌의 마음이 나한테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순결로 결정된 그 아름다움이 나를 울리는 것인가, 온갖 잔소리를 다 잠재운 그 높음의 경지가 나를 울렸는가.
아름다움이라는 것과 눈물이 어떤 상관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둘 다 고달픈 인생길에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고마운 선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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