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사회화’ 이전/여성 고유 가치에 대한 눈뜸의 풍경 진실되게 묘사이제는 잔잔하게, 그러나 힘있는 목소리로 페미니즘을.
지금껏 그래왔던 것 처럼 페미니즘이란 정치도, 격한 구호도, 성 해방도 아니다. 그것은 은밀한 억압과 너무나 낯익어 버린 착취 구조에 대한 당연한 분노다. 그러므로 마침내는 인간 해방의 문제다.
페미니즘이 아직 「사회화」 하기 전, 여성들의 분노와 자각의 모습이 궁금하다. 솔출판사의 버지니어 울프 전집 5권은 본격 페미니즘 서적은 아니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 고유의 가치에 대한 눈뜸의 풍경들이 진솔히 그려져 있다.
울프가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대세다. 리얼리즘의 퇴보, 후기구조주의와 해체비평의 부상과 정확히 맞물린다.
울프 문학은 일반적으로 「난해한 모더니즘」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페미니즘, 아니 여성해방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명백히 미덕으로 작용한다. 다중적 관점과 다층적 구조는 여성 고유의 가치들과 사회가 서로 교호하는 지점의 와류들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장치들이다.
울프의 분노는, 우리 시대가 그러하듯 즉물적인 투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현실 변혁의 미로속을 탐색하는 지혜를 독자 스스로 얻게 할 따름이다.
울프는 소설가로서의 문제 의기에 철저하다. 여태껏 당연시돼 온 「남성적 글쓰기」에서 벗어나 울프 자신의 글쓰기, 페미니스트적 글쓰기론으로 자연스레 귀결되고 있다. 결국 이 점은 울프 페미니즘론의 향취이면서 매력이다.
굳건히 유지돼 온 가부장제 철학은 형이상학이 요구하는 이분법적 사유, 그로 인한 선악의 고정관념화, 마침내는 진리의 환상에 대해 근본적인 의의를 제기하고 있다.
「슬프다!/ 펜을 들고자 하는 여자는,/ 그렇게 주제 넘은 피조물로 여겨지나니 (중략) 쓰고, 읽고, 생각하고, 캐묻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움을 흐리게 하고 우리의 시간을 방해할 것이라고」(페미니즘비평서 「자기만의 방」에서)
솔출판사는 이밖에도 그의 장편소설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에세이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일기 「그래도 나는 쐐기풀 같은 고통을 뽑지 않을 것이다」 등도 함께 출간했다.
솔출판사의 울프 전집은 「울프 전집 간행 위원회」에서 기획·추진되고 있다. 박희진(서울대), 정명희(국민대), 정덕애(이화여대), 오진숙 교수(연세대) 등 모두 4명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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