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ew York Times 12월5일자아내를 구타했느냐는 질문에 이은기씨는 화를 버럭 내면서 몸을 곧추 세웠다. 따뜻하던 눈빛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시골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차갑고 모질게 변했다. 이씨는 『나는 28세에 결혼했고 지금 50세예요』라고 불쾌한 어조로 밝힌 다음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결혼생활 동안 마누라를 때리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잠시 말을 중단하고 작은 부락을 가로지르는 비포장도로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분노를 억누르는 것이 때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씨는 『내가 마누라를 때리면 그는 나를 붙잡지요. 그러면 나는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시는데 그렇게 하면 기분도 가라앉아요. 나로서는 화를 풀어서 일을 끝내버리는게 더 나아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병이 들거요』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특히 이슬람세계를 제외하고는 가장 남성주도적인 사회의 하나이다. 125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정부내 여성고용인 비율에 관한 조사에서 한국은 올해 107위를 차지했으며 북한은 114위였다. 이것은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이나 조그만 섬나라보다도 낮은 것이다.
학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은 『아내 구타가 많은 가정에서 아직도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여성의 42%는 최소한 한번 이상 남편에게 구타를 당한 경험이 있다. 『여자는 사흘에 한번씩은 맞아야 한다』는 한국의 속담이 있다. 다른 속담도 있다. 진지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와 북어는 때릴수록 맛이 난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수준이 높은 도시의 가정에서는 이런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은기씨 마을같은 시골지역에서는 남편이 골을 내거나 때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진숙(56)씨는 『물론 남편은 나를 때리지요. 그러나 내가 잘못해서 그런거예요. 내가 그에게 잔소리를 했거든요』라고 말한다. 정씨는 『매맞을 때 조용히 있었다』며 『결혼한 딸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일렀다』고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