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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열풍 1년 뜨고 진 정권들(격동 ’96 지구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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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열풍 1년 뜨고 진 정권들(격동 ’96 지구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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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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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보다 경제 우선” 선명한 민의 표출/독재·부패정권 줄줄이 무너져96년은 「선거의 해」라고 할 만큼 세계 40여개국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되거나 의회가 구성됐다. 해당국 국민들은 올해 선거에서 그 어느때 보다 선명한 민의를 표출했고 21세기를 이끌어갈 인물들을 선택했다. 지구촌 선거들을 정리하는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국가들과 재집권한 나라들, 선거에서 떠오른 인물, 주요국 새 지도자들의 정국운영의 방향과 포부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96년 지구촌선거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선거가 비교적 민주적으로 치루어졌다는 점이다. 정치선진국인 미국을 비롯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이스라엘 그리스 포르투갈 터키 등은 물론 자유선거의 경험이 별로 없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동구와 구소련국가들이 치른 선거운동도 민주적으로 이루어졌고 결과에 깨끗히 승복하는 등 민의가 여과없이 반영됐다.또 부패하거나 무능한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으며 장기집권자들도 교체됐다.

49년 이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장기 집권해온 인도의회당은 각료들이 줄줄이 부패스캔들을 일으키는 등 국민들을 우롱하는 정책을 펴오다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방글라데시와 몽골 국민들도 무능한 정권을 내쫓았다. 호주국민들도 13년간 집권해온 노동당의 폴 키팅총리를 더이상 밀어주지않았다. 도미니카에서는 30년만에 정권교체가 실현되면서 레오 페르난데스가 새로운 대통령에 올랐다. 스페인에선 사회당이 13년만에 정권을 내주고 국민당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가 총리로 취임했다.

탈냉전시대를 맞으면서 이데올로기가 퇴조하는 현상속에 좌·우파가 정권을 맞바꾸는 현상도 두드러졌으며 민족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경향도 나타났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몽골 등에서는 공산세력이 반공산세력인 야당에게 패배했다.

반면 스페인 호주 등에서는 좌파가 우파에게 정권을 내주었다. 이들 국가의 선거는 그러나 과거처럼 이념의 대립보다는 국민들의 생활수준향상 등 경제문제가 주요이슈로 등장했다.

민족주의 차원에서 보면 이스라엘과 터키에서 각각 극우와 이슬람원리주의세력이 집권을 했다.

사상 처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눈에 띤다. 팔레스타인이 사상최초로 자치정부구성을 위한 선거를 했으며 이스라엘과 대만도 사상처음 총리와 총통을 직선으로 선출했다. 내전을 겪었던 보스니아에서도 사상 최초로 선거를 실시했다.

이처럼 다양한 지구촌선거에서 옥의 티라면 니제르나 우간다에서 쿠데타세력이 선거라는 요식행위를 거쳐 집권연장을 했다는 것이다.<이장훈 기자>

◎재집권 성공한 국가/미국·일본·대만 등 ‘21세기 청사진’ 호소력

올해 선거에서는 공산주의가 몰락한 90년대 초반에 집권했던 많은 정권들이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반면 21세기 청사진을 제시하고 개혁에 앞장선 정권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지난달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21세기로 가는 다리」를 주장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경제호황을 등에 업고 재선위업을 달성했다.

클린턴은 선거전내내 자신의 경제치적을 강조하면서 경제우선의 공약에 승부를 걸었다. 클린턴은 또 진보노선을 버리고 온건보수파들이 선호해온 복지제도의 개혁, 재정적자 축소 등을 정강으로 내세우면서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었다.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호황이 가져다준 풍요로움속에서 20세기에 안주한 밥 돌 공화당후보를 외면하고 21세기의 클린턴에게 50%이상의 몰표를 던졌다.

10월의 일본선거에서는 「21세기 정치대국화」를 정강으로 내세운 자민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각당의 선거공약이 뚜렷한 차이없이 대동소이한 가운데 자민당은 독도영유권주장, 행동하는 강국,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치에 냉담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경제력에 버금가는 정치력을 국제사회에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일본 유권자들의 우익보수화경향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 승리의 주요인이었다.

러시아 체코 알바니아 등 구공산권국가 유권자들은 과거 공산주의로의 회귀보다는 민주정권하의 지속적인 정치·경제개혁에 지지를 보냈다.

6월과 7월 두차례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도 과거의 이념과 노선을 이어받은 공산당의 한계가 뚜렷이 나타났다. 경제난 속에서도 개혁을 주장해온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54%의 지지를 얻어 40%를 얻은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를 압도적인 표차로 물리치고 권력을 재창출했다.

독립의지를 확실히 꺾어 놓으려는 중국의 무력시위 와중에 치러진 대만의 첫 총통직선에서는 리덩후이(이등휘)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중국은 미사일을 쏴댐으로서 「대만의 대만화」를 강조하는 이총통의 재집권을 막으려했으나 대만유권자들의 반중감정만을 부추겨 오히려 도와주는 꼴이 됐다.<윤태형 기자>

◎정권이 교체된 국가/이스라엘·터키·호주 유권자 불신 설득못해

전환기적 상황속에서 치러졌던 올해의 선거들은 각국의 고민과 국민적 갈등을 뚜렷이 드러냈다. 각 정파가 모두 경제제일주의를 외치는 바람에 경제정책에서의 차별성은 약화한 반면 외교·안보정책, 정권의 도덕성이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탈냉전과 21세기 국제질서 재편추세는 이같은 경향을 심화했다.

5월말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노동당 정권의 패배는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팔레스타인 및 아랍권과의 평화공존을 통해 중동공동시장을 실현, 경제부흥을 꾀했던 페레스의 노선은 벤야민 네탄야후 현총리의 「안보우선」정책에 굴복했다. 페레스의 정책이 비록 국제적으로는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지만 유권자들의 뿌리깊은 안보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터키와 호주의 정권교체는 외교와 국가 정체성 수립과정의 진통을 드러냈다. 7월 사상 최초로 회교 원리주의 정당에 권력을 내준 탄수 실레르 전 터키총리는 탈냉전기 국가진로를 제시하지 못한게 주요 패인으로 풀이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국으로 안주, 국민들의 회교공동체 의식과 새롭게 대두된 회교권 협력체제 편입노력을 등한시한 결과란 것이다.

호주 노동당이 3월 13년간의 장기집권을 마감한 것은 이민 자유화와 「아시아 중시」정책이 유권자들에 의해 거부된 경우. 이른바 「탈구입아」정책을 통해 아시아와 경제관계 강화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대량이민은 다수 백인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부패와 정권의 부도덕성은 인도(나라시마 라오 전 총리의 국민회의당), 태국(반한 실라파 아차 전총리의 차트 타이당) 등 동·서남 아시아 각국 집권당에 참패를 안겼다. 그러나 선거를 통한 비리심판에도 불구, 제도적 권력감시체제가 확고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정정은 여전히 불안하다.

뉴질랜드 우파정부는 행정개혁과 민영화에서의 괄목할만한 성과에도 불구, 복지정책 후퇴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을 설득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몽골과 불가리아 등 구소련권 집권세력들은 국민들의 경제안정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친서방·친자본주의 세력에 무릎을 꿇었다.<배연해 기자>

□떠오른 정치스타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

5월 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조차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 총리를 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총리직을 정치입문 8년만에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츠하크 라빈이나 페레스처럼 중동평화협상을 적극 추진해온 전직 총리들과는 달리 「안보가 보장된 평화」를 주창하며 팔레스타인 등 아랍권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까지도 불안해할 정도다. 그의 거친 행보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알렉산데르 레베드 전 러 안보위서기

6월 러시아 대통령선거 1차투표에서 득표율 15%로 3위에 그쳤으나 보리스 옐친 대통령 진영에 국가안보위 서기겸 대통령 국가안보담당보좌관으로 영입되면서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체첸반군과의 평화협상을 타결하는 등 옐친 재선의 1등공신 노릇을 했지만 4개월만에 「토사구팽」당했다.

그러나 오히려 해임당한후 여론조사에서 어떤 정치인보다 높은 지지율(24%)을 확보, 차기 유력인물로 부상하면서 세계가 그의 운신을 주목하고 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

4월 총선에서 중도좌파연합 「올리브동맹」의 승리를 연출하면서 46년 이후 이탈리아 최초의 좌파정부를 출범시켰다. 1년이 멀다하고 새 연정을 꾸리기에 바쁜 이탈리아 정치를 어떻게 끌고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입문 1년만에 총리에 오른 그는 볼로냐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답게 유럽통화동맹 가입을 목표로 강력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직권남용혐의로 기소되는 등 시련을 겪고 있다.

이밖에 노동당에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13년만에 정권교체를 성공시킨 존 하워드(56) 호주총리, 1월 집권한 사회운동당의 코스타스 시미티스(59) 그리스총리, 5월 사회당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 터키 최초로 회교정권을 출범시킨 네크메틴 에르바칸 총리, 루마니아 대선에서 현직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등도 선거의 해가 배출한 스타다.<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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