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과 구세군/반전에 반전 또 반전/뮤지컬 요소·영상 더해/흥미의 ‘지뢰’ 곳곳에브레히트는 서사극의 창안자이자 완성자로 우리에게 알려져왔다. 그러나 그간의 브레히트 수용은 그의 작품들보다는 이론체계에, 몇 안되는 작품 소개도 대부분 후기 서사극들에 치우치는 불균형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재미」보다는 「교훈」이, 「감동」보다는 「비판적 거리두기」가 브레히트 연극의 주된 미덕이라는 게 그간의 통념이었다.
극단 한양레퍼토리에서 국내 초연하는 「해피 엔드」는 브레히트 수용의 통상적인 문법을 뛰어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해피 엔드」는 그의 초기 대표작 「서푼짜리 오페라」에 뒤이어 나온 작품으로서, 서사극 시대 이전 브레히트 연극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해피 엔드」에서 관객들은 딱딱하고 무거운 브레히트가 아니라 재미있고, 발랄하고, 재치로 가득찬 브레히트를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연출을 맡은 김대현씨의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해피 엔드」는 갱단과 구세군이라는 인물 설정,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 뮤지컬 요소의 적극적인 도입, 영상의 삽입 등을 통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재미」의 지뢰를 곳곳에 매설해두고 있다.
갱단의 행동대장 번개는 크리스마스 3일 전, 자신이 경영하는 맥주홀에 전도차 들른 구세군 주영원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기동찬 약사가 살해되고, 현장에서 발견된 번개의 권총 때문에 번개는 살인범의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러나 주영원의 증언으로 번개는 풀려나고, 이 때문에 구세군에서 쫓겨난 주영원을 찾아 헤맨다.
이후 몇번의 얽히고 설킨 반전을 거듭한 끝에 주영원과 번개는 결혼을 약속하고 갱 단원들도 「개과천선」하여 구세군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크리스마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속에서 모든 이야기는 「해피 엔드」.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은 12월22일부터 크리스마스 자정까지. 공연 일자도 12월22일에 맞추었다. 송년과 망년의 떠들썩함 속에서 오히려 더욱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해피 엔드」와 함께 한 해를 유쾌하게 마무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어놓고 잠자코 기다리기만 하면 이내 「웃음의 카타르시스」에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저 웃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해피 엔드」에는 브레히트 특유의 뾰족한 풍자와 독설이 번득인다.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갱단 두목 불나비의 대사는 그저 웃어넘겨버리기에는 큰 울림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은행을 소유하는 게 터는 것보다 더 큰 죄. 세상은 우리 모두의 것. 우리 함께 행진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듭시다!』 공연기간은 12월22∼내년 2월2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47―1206.<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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