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구상의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5일 발표한 새 외교안보팀의 인선에 커다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국무, 국방등 차기 행정부의 핵심 요직을 맡게된 인사들이 모두 대외 강경론자들이기 때문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지명자는 공산학정을 피해 미국에 망명한 체코의 외교가문 출신으로 독재정권을 상대하는데 비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녀는 유엔대사 시절 이란, 쿠바, 이라크, 아이티 등의 지도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94년 봄 북한 핵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대북 경제제재 준비상황을 진두지휘했으며 최근에는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을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앞장서기도 했다. 올브라이트 장관내정자는 한마디로 북한이 혐오하는 「힘을 통한 외교」의 신봉자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내정자도 강력한 군사력을 통한 미국의 지도력 행사를 주창해 온 인사다. 북·미 제네바 핵합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공화당 출신으로서 냉전종식 이후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진단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강경론자들의 등장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문제 전문가는 『한반도문제, 특히 대북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는 미 행정부 관리들의 수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신임 국무·국방 장관 내정자들이 갖고 있는 강성 이미지가 긴장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에 새로 구성된 클린턴의 외교안보팀이 적어도 당분간은 기존의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한반도 정책에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특히 클린턴 대통령을 계속 보좌하게 될 앤터니 레이크 중앙정보국(CIA)국장 내정자, 샌디 버거 신임 안보보좌관 등이 한반도와 관련된 정책 결정과정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새로운 외교진용이 펼쳐나갈 대외정책은 내용면에서보다 스타일 면에서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클린턴은 올브라이트, 코언 등을 기용함으로써 과거 어느때보다 초당적인 외교정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측이 호의를 갖고 있는 올브라이트와 코언의 중용으로 그간 제네바 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빚어진 행정부와 의회간의 마찰이 상당부분 완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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