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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부터 재미 목사통해 딸 수소문/최영도씨가 전하는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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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부터 재미 목사통해 딸 수소문/최영도씨가 전하는 뒷얘기

입력
1996.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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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딸 올 7월 옌볜서 눈물 상봉김경호(62)씨 일가의 엑서더스를 성사시킨 주역은 뉴욕에 살고 있는 김씨의 장인 최영도(79)씨와 함께 장모 최정순(77)씨였다. 최정순씨와 가까운 뉴욕의 한인 친지는 6일 김씨 일가의 홍콩안착을 확인한 뒤 이들의 엑서더스에 숨은 뒷얘기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정순씨는 90년부터 재미동포들의 북한왕래가 비교적 자유로워지자 북한에 살고 있는 딸 현실(57)씨 가족의 소식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뉴욕 한인 목사의 도움으로 딸의 행방을 알아내 서신왕래가 시작됐고 약품이나 돈을 딸에게 부쳐줄 수 있었다. 최씨는 딸가족의 어려운 처지를 전해 듣고 딸 가족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올초부터 이를 구체적 행동에 옮겼다. 최씨는 7월초 단신으로 중국 옌볜(연변)에 가 딸을 상봉했다. 옌볜에 사는 조선족 브로커와 재미 교인들의 도움이 컸다.

최씨는 두만강 다리를 건너온 딸을 얼싸안고 통곡했다. 월남하면서 시어머니에게 딸을 맡긴지 48년만의 재회였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최씨는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딸가족의 모습을 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들을 탈출시켜야 한다고 거듭 다짐했다. 모녀는 후일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최씨는 사위인 김씨가 10년전부터 중풍을 앓고 있다는 말을 듣고 사위는 제외시키는 게 현명할 것 같다고 딸가족을 설득했다. 탈출에 행여 사위가 방해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외손자들은 『아버지를 두고 우리만 갈 수 없다』고 버티었고 최씨도 결국 외손자들의 효심에 굴복했다.

최씨는 딸과 약속한 거사일에 맞춰 10월14일 뉴욕을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형수와 시동생은 중국으로 가 탈출에 성공한 일행 17명과 옌볜에서 합류했다.

최씨는 딸일가가 홍콩에 무사히 도착해 망명이 성공했음을 확인하고 지난달 28일 뉴욕으로 왔다.<뉴욕=조재용·이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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