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세계여행티켓 노린 대학생들 의미없는 짝짓기/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SBS 「TV 퀴즈미팅」(일 상오 9시40분)은 정직하다. 퀴즈를 통해 남·녀 대학생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른바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이성보다는 감성, 감동보다는 자극을 찾아 나선 우리 사회 만남의 풍속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파트너 구하기- 체인징 파트너- 파트너 완성이라는 세 단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강하고 순수한 대학생들은 『저것이 학생이냐』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감수해야 하는 「잘못된 만남」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엄선된 여성」만 출연한다는 사회자의 자랑과 미인대회 같은 여학생 소개 화면이 짝짓기의 열기를 돋운다. 우선 퀴즈맞추기로 선발된 남성 3명이 상대를 고른다. 『누가 좋을까』 두리번 거리는 남학생.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처럼 가슴이 조마조마한 여학생.
『선택만 해주면 재미있게 해드릴께요』 『화끈한 여자입니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체인징 파트너」라는 규칙을 통해 바꿀 수도 있다. 이성을 향한 진지한 고민과 순진한 두근거림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파트너가 된 남녀는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공짜 티켓을 잡기 위해 오순도순 도와가며 뜨거운 경쟁의 대열에 나선다. 이때 주어지는 퀴즈도 「국제금융기구가 아닌 것은」 「1년중 31일까지 있는 달은 모두 몇 달」 「아이스하키 축구 배드민턴 중 공을 사용하는 경기는」 등 종합적 지성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중학생 수준 정도의 상식들이다.
의미없는 만남이다. 그리고 「TV 퀴즈미팅」은 그것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 처음으로 만나 세계 여행 티켓을 따낸 행운의 커플들은 과연 어떤 관계로, 어디로, 어떻게 여행을 다니는지.<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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