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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스/암흑가 얼굴 ‘세대교체’(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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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스/암흑가 얼굴 ‘세대교체’(영화읽기)

입력
1996.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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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타’ 로버트 데니로 이어 브래드 피트 새 히어로 등장/어린이 성폭행사건 실화 소재/복수와 우정의 서사시마피아. 할리우드는 미국 자본주의가 낳은 어쩔 수 없는 이 「어둠의 자식들」에게서 자신들의 존재와 역사, 우정과 사랑을 찾곤 했다. 그것은 가난한 1920년대에 어린 소년들이 마피아 조직에 들어가 긴 세월을 보낸 생생한 기억과 체험들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84년)에서 범죄자로 성장한 뉴욕 브루클린 다섯 소년에게 귀를 기울였다. 마틴 스콜세즈는 열 세살에 마피아가 된 주인공이 회상하는 진한 우정과 비열한 인간관계의 30년을 「좋은 친구들」(89년)에 담았다. 그럴 때마다 만나는 배우 로버트 데니로. 수다스럽고 부산한 그는 한없이 사악하고 선량한 마피아의 메마르고 처연한 야누스였다.

그러나 1996년 겨울. 「좋은 친구들」도 세대를 건너간다. 이제 젊은 브래드 피트와 그의 친구들에게 역할을 넘긴 그는 오랜 벗 더스틴 호프먼과 함께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쓰다듬는다.

「슬리퍼스」(7일 개봉)는 깊은 상처와 복수에 관한 실화이다. 「레인 맨」 「굿모닝 베트남」의 래리 레빈슨 감독은 60년대 소년원에서 성폭행당한 네 어린이의 「14년후의 복수」에 손을 들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데니로를 갱출신의 바비신부, 더스틴 호프만을 알코올 중독자 변호사 대니로 등장시켰다. 67년 여성운동이 미 전역을 휩쓸어도 뉴욕의 우중충한 동네 헬스키친에서는 여전히 남편들이 아내를 구타하고, 가난한 아이들은 갱이 되고 싶어한다. 갱 두목인 배니의 심부름을 하며 그에게 복수의 의미를 배우고, 바비신부에게서 용기와 사랑을 배운 소년 마이클(브래드 렌프로)과 세익스(조셉 페리노), 존(조프 위그도어)과 토미(조너던 터거).

햄버거 장수를 골려 주려다 한 노인을 죽게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다. 소년원에서 규율과 원칙이란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성폭력과 처참한 학대는, 81년 가을 존(론 엘다드)과 토미(빌리 크래덥)가 교도관 녹스(케빈 베이컨)를 죽이는 것으로 이어진다.

진실을 생명으로 하는 검사와 신문기자가 된 마이클(브래드 피트)과 세익스(제이슨 패트릭)가 친구의 복수를 정당화하는 치밀한 음모를, 그것도 진실의 심판대인 법정에서 꾸민다. 담당 검사로 나서 대니와 짜고, 배니의 도움으로, 오히려 녹스와 그의 동료들의 끔찍한 죄상을 밝히는 마이클. 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학대에 대한 복수가 진실일 뿐이다.

여전히 마피아의 힘은 막강하고, 로버트 데니로는 두 후배 석방을 위해 신부의 신분으로 위증까지 한다. 이렇게까지 했지만 『누가 알겠는가, 우리의 어린 시절』이라고 말한 그 기억으로부터 그들은 벗어나지 못한다. 마이클은 영국서 목수로 살고, 존과 토미는 갱으로 살다 결국 3∼4년 후 살해당한다. 어쩌면 네 친구도, 감독도 복수(살인과 조작)가 가져온 허망함과 그 죄의식까지 받아들인 결말은 아닐까.

△이성욱(영화평론가)-피보다 진한 우정을 다룬 휴먼드라마.(★★★)

△전찬일(〃)-입체적 내러티브, 쟁쟁한 스타들을 장악하는 연출력.(★★★)

△비서클럽 모니터회-명배우들의 열연과 흥미진진한 복수극(★★★★)<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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