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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수생제 비리” 논란/송출경험없는 회사 임의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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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수생제 비리” 논란/송출경험없는 회사 임의선정

입력
199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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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배정 싸고 잡음 잇달아/기협 “터무니없는 루머 불과” 중국조선족을 상대로 한 취업사기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의 외국인력도입 정책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노동자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서경석) 등 재야 시민단체들은 『산업연수생제도의 구조적 모순으로 취업사기, 송출업체의 거액 커미션 수수 등 폐단이 계속되고 있다』며 외국인력 수급정책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창구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박상희) 외국인연수협력단으로 일원화한 것은 94년. 국내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외국인력을 들여오면서 인력 알선브로커들이 난립, 피해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협은 94년 외국송출기관 30개를 선정한데 이어 지금까지 10개 업체를 추가로 선정, 이들을 통해 11월말 현재 6만2,000여명의 산업연수생을 국내에 들여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송출업체 선정과 외국인력 배정을 둘러싼 잡음이 일면서 산업연수생제도 운영에 대해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협 산하 외국인연수협력단은 95년 비리에 관련된 투서로 두 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같은 해 초대 연수협력단장이 외국 송출기관 선정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형사처벌됐다.

 시민단체들은 외국인연수생 도입을 둘러싼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외국인력의 도입창구역을 맡은 기협의 독선적 운영과 송출기관들과의 유착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우선 외국인력 송출업체나 한국지사가 연수생 희망자들에게 공식적인 경비 외에 별도의 커미션을 받는 일이 관행화했는데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기협이 외국송출기관으로부터 받는 공식 수수료는 연수생 1인당 340(미얀마)∼1,300달러(파키스탄). 중국의 경우는 990달러다. 여기에는 항공료를 비롯, 신체검사비, 교육비, 여권비자수수료, 보험료 등이 포함된다고 기협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민대책위측은 외국근로자들의 증언과 고발 등을 근거로 『송출기관들은 동남아등지에선 4,000∼8,000달러, 중국의 경우 1인당 500만∼1,000만원의 커미션을 받고 노동자를 선발한다』며 『현지 송출기관과 한국지사가 이 돈중 상당액을 챙기고 일부는 한국지사를 통해 기협등에 상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대책위는 또 기협이 송출경험이 거의 없는 신규업체를 엄격한 심사없이 선정하면서 업체로부터 20만∼30만 달러를 상납받은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협은 『송출기관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외국 송출업체나 국내의 알선업체들이 퍼뜨린 터무니없는 악성루머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협 관계자는 『94년 창구단일화 전에는 국내업체가 자체부담으로 연수자를 뽑다보니 불법 송출업체와 브로커의 난립으로 문제가 더 많았다』며 『재야노동계가 외국인 근로자고용법의 연내도입이 불가능해지자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우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신규 송출업체들의 뇌물상납주장에 대해 『연수협력단은 현재 외국송출업체로부터 작업장 이탈방지를 위한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근로자당 100달러를 받아 예치하고 있다』며 『2,000명을 송출하는 기관을 기준으로 할 때 20만 달러를 이행보증금으로 내야 하는 셈인데 이것이 로비자금으로 와전된 것같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방글라데시인 두랄씨의 피해경험/“땅팔고 빚얻어 5,000불 내고 한국왔는데/불법체류자 딱지 월급도 제대로 못받아”

 『한국에 오느라 든 비용만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지난해 11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인 두랄씨(30)는 고국에서 슈퍼마켓을 차리겠다는 꿈을 버린지 오래다. 땅 팔고 빚 얻어 마련한 경비 5,000달러(400만원)를 갚을 길조차 막막하다.

 두랄씨가 방글라데시의 한국인력 송출회사 유닉(UNIQUE)사를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중학교를 졸업하고 수도 다카시에서 상점원으로 일하던 그는 한국에서 몇년만 고생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부모와 가족을 설득, 유일한 재산인 땅을 팔아 1,000달러를 마련하고 친척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6개월만에 4,000달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랄씨는 송출회사측과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뜻밖의 일을 당했다. 송출회사 직원들이 송출계약서에 1,000달러만 받은 것으로 기록하자고 했던 것이다. 직원들은 『한국에 가서 누가 묻더라도 1,000달러만 주고 왔다고 답변하라』고 했다. 계약을 취소할까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랄씨의 의문은 그 해 11월 한국에 도착한 뒤 유닉사의 한국지사에서 고향사람인 누를알름씨(27)를 만나고서야 풀렸다. 산업연수생이 되는데 드는 공식경비는 1,000달러이며 나머지는 방글라데시 송출회사와 한국지사 직원들이 챙기는 돈이라는 설명이었다.

 두랄씨는 냉장고 부품을 생산하는 인천의 K전자에 배정돼 동료연수생 4명과 함께 도금일을 시작했다. 한달동안 죽을 고생을 하고 받은 돈은 식대 10만원을 뺀 18만원. 여기에 이행보증금 30달러(2만4,000원)와 최소 생활비를 제하자 10만원이 저축할 수 있는 돈의 전부였다. 그나마 사장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월급지급을 미루기 일쑤였다.

 결국 7개월만에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강제출국당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목돈은 커녕 경비 400만원을 마련하기엔 턱도 없이 모자라는 돈을 받고 계속 일할 수는 없었다. 다른 업체에 가면 6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두랄씨는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감수하기로 했다. 지난 6월 공장을 나와 불법체류자가 된 두랄씨는 때로는 단속 때문에 쫓겨나고 때로는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업체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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