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디오노프 국방 자기세력심기 제동 크렘린과 러시아 국방부가 블라디미르 세묘노프 지상군(육군)총사령관의 보직해임 여부를 둘러싸고 대립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발단은 이고르 로디오노프 국방장관이 2일 세묘노프 총사령관을 부패혐의로 해임하면서 비롯됐다. 국방부측은 이날 세묘노프 총사령관이 군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짤막한 성명과 함께 보직해임하고 그 자리에 아나톨리 골로브노즈 장군을 임명했다. 로디오노프 장관은 지난주 말 모스크바 인근의 바르비하휴양소에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인사에 대한 재가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렘린측은 이날 하오 옐친 대통령이 세묘노프 총사령관의 해임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포고령에 서명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그의 해임은 최종 결정된바 없다고 발표했다. 크렘린측은 고위 군인사위원회를 열어 세묘노프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 조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같은 방향으로 전개되자 로디오노프 장관은 4일로 예정됐던 미국방문계획을 취소했다.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세묘노프 총사령관의 해임이유는 수송용 헬기를 생산하는 로스토프공장에 근무하고 있는 그의 아내가 군납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 하지만 일부 언론은 러시아군이 로스토프공장으로부터 헬기를 거의 납품받지 않았다고 보도, 그의 개입여부는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올 6월 원수로 진급한 세묘노프 장군은 국방부장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일각에서도 세묘노프는 한번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던 깨끗한 군인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인사파동은 군내 파벌싸움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로디오노프 장관이 10월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자파 인사로 경질한데 이어 지상군 사령관직마저 장악하려하자 반대파가 크렘린측의 지원을 받아 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상군 총사령관의 인사파동은 흔들리는 러시아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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