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연쇄폭탄 테러가 재연하는 것인가. 파리시민들은 3일 시내 전철역에서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지난해의 연쇄 폭탄테러를 떠올리며 공포에 떨고 있다. 파리에서는 지난해 7∼10월 6차례의 폭탄테러가 일어나 16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번 폭탄테러가 누구의 소행인지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사관계자들은 여러 정황을 놓고 볼때 알제리 회교과격분자들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지목하고 있다. 대상, 장소, 폭탄종류등 범행수법이 지난해 연쇄테러를 자행했던 알제리 회교과격분자들의 소행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퇴근시간대에 승객이 붐비는 도심의 전철을 목표로 삼았고 휴대용 캠핑가스통을 개조한 사제폭탄이 사용됐다는 점이 이같은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분말폭약에 날카로운 나사들을 무더기로 섞어 살상률을 높이려 한 점등은 알제리 회교과격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연쇄 테러때 마다 사용됐던 폭탄들이 이와 같은 종류였다.
정부당국은 아직까지 범인이나 배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프랑스 매스컴들은 수사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알제리 테러조직의 소행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테러 및 방첩기관인 국토감시국(DST)의 전 국장인 이브 보에 역시 TV에 나와 『알제리 과격분자들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다』고 단정했다. 지난해 연쇄테러는 알제리 회교무장그룹(GIA)의 조종하에 프랑스에 거주하는 알제리계 청년들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들중 일부가 붙잡혔다.
알제리 회교과격분자들이 이번 테러를 자행했다고 전제할 경우 그 배경과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경우 알제리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정부가 알제리 군사정권을 지원하는 것을 차단하려는게 회교무장그룹의 테러 의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히 드러나는 배경이 없는 상황이다. 알제리정부가 지난주 국민투표를 통해 군부출신의 라민 제루알 대통령의 권력을 제도적으로 강화한 점이 이번 테러와 모종의 함수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관측 정도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알제리 회교과격분자 다음으로 거론되는 용의단체는 코르시카섬의 무장분리주의 세력, 바스크분리주의 무장조직(ETA) 등이다. 코르시카섬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들은 최근 프랑스정부의 단속강화에 맞서 폭탄테러활동을 시사해 왔으며 ETA는 프랑스정부가 스페인당국과 공조, 간부들을 검거한 것과 관련, 보복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프랑스 폭탄테러 일지(지난해 7월이후)
▲파리
95.7.25=도시고속철도(RER) 생 미셸역, 사망 7명 부상 84명
95.8.17=개선문광장 쓰레기통, 부상 17명
95.9.3=바스티유광장 인근 노변시장, 부상 4명
95.9.4=샤를 발랭광장 건물내 화장실, 미수 폭탄 발견
95.10.6=지하철 메종 블랑쉬역 인근 거리, 부상 13명
95.10.17=RER 뮤제 도르세역, 부상 28명
96.12.3=RER 포르 르와얄역, 사망 2명 부상 79여명
▲지방
95.8.26=파리―리옹 TGV철로, 폭탄 불발
95.9.7=론지방 초등학교앞, 부상 1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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