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그 광고를 보는 기분이 그리 편치가 않다. 흔하디 흔한 광고 한토막. 수험생인 듯한 딸 아이가 눈이 안좋아 찡그리고 있다. 엄마는 뒤 편에서 안쓰러운 얼굴이다. 그리고는 잠시 후 눈물을 흘리며 동시에 결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 네 눈은 엄마가 책임질게』입시철이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을 마치고, 원서를 준비하거나 마지막 남은 본고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춥고 초조한 계절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초조하고 혹독한 판결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수험생의 엄마이다. 수험생은 위로받고 격려받으며,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경우 「한번의 실수」쯤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승리자가 아니면 죄인이다. 노력이 부족했는지, 정성이 부족했는지 혼자 반문하고 애가 탄다. 얼굴을 들 수도 없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자녀교육의 최종책임자인 것이다.
얼마 전 젖은 쓰레기 매립장 반입금지 파동이 있었을 때 어머니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이었다. 우유팩을 잘라 씻어 말리고, 병과 캔을 분리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던 것이다. 쓰레기를 펴서 말리거나, 젖은 쓰레기의 물기를 빼주는 최신 쓰레기통을 마련하거나, 커다란 쓰레기 발효통을 구입하는 소동을 겪으면서 문제가 일단락되고 있다. 어머니들은 환경의 파수꾼이고 환경을 살려내는 최종 책임자인 것이다.
이 사회에서 어머니의 책임은 무한대이다. 버릇이 나빠지는 아이,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부터 귀가가 늦어지고 술에 취하는 아빠, 혹은 풀이 죽어 어깨가 처진 가장, 그리고 국가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 과소비까지 모두 어머니의 책임이다. 「위대한 어머니」, 아니 평범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짊어져야 할 책임은 너무 무겁다. 어머니들의 스트레스, 우울증은 자꾸 깊어진다. 적당한 책임감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지 못하는 법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머니, 주부의 일을 함께 나누는 가족과 사회를 생각해 본다. 어머니의 눈물보다는 어머니의 미소를, 어머니의 책임보다 어머니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그려본다. 자녀의 수능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도 서로 책임을 묻기 보다는, 어떻게 새로 시작할까 고민하기로 하자. 어머니들이 편안해지면 세상이 밝아진다.<여성학>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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