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일기 회고록 준비인듯/최근엔 일어회화공부도 몰두전두환 전 대통령이 3일로 수감생활 1년을 맞았다. 전씨는 검찰의 12·12 및 5·18특별수사본부가 발족된지 3일만인 지난 해 12월3일 안양교도소에 전격 수감됐다. 수감 전날 상오 연희동골목에서 대국민성명을 발표할 때만 해도 위세당당했던 전씨는 지금 독거수로 전락해 있다.
1년째 3.5평의 철창을 지키고 있는 전씨는 수감직후 28일동안 단식을 강행하며 정치권에 대해 분노를 나타낸 것과 달리 요즘은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3일 안양교도소에 다녀온 이양우 변호사는 전씨가 군인출신답게 상오 6시10분이면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 독서 불경암송 가족접견 등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접견에는 장남 재국씨, 동서 김상구 전 의원이 동행했으나 부인 이순자씨는 가지 않았다.
전씨는 1식3찬의 관식 외에 사비를 들여 김 계란 소시지 우유 사과를 끼니마다 구입해 먹고 있다. 최근에는 일어회화공부에 몰두해 일어로 대화가 가능한 실력을 닦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이미 대통령 퇴임후 개인교습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일본어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전씨는 「바깥 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동해안 무장잠수함 침투사건이 자신이 재직시절에 완성한 해안철책을 제거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정부의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책도 구입해 읽고 있다. 또 메모지를 활용, 17일 먼저 수감된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매일 밤 일기를 쓰고 있어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그러나 전씨는 12·12 및 5·18사건에 대해 뚜렷한 반성의 빛을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전씨가 『정치보복은 나로 끝나야 한다. 만약 특사로 풀려난다면 차기정권이 현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을 할 경우 앞장서 막을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감직전 「골목성명」때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를 정치보복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수감생활중 전씨를 달래준 것은 교도소에서만 3∼4회 독파한 대하소설 「대망」인 것으로 보인다. 전씨의 측근은 전씨가 월남전 참전당시 처음 「대망」의 도쿠가와 이에야쓰(덕천가강)에 빠져 권력에 대한 매력에 휩싸였으나 상황이 반전된 교도소에선 권력의 허망함을 느끼는 것같다고 전했다. 이변호사도 『16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걱정하는 가족들을 위로할 만큼 초연한 모습』이라며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서 「역사와의 대화」를 하는 것같다』고 말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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