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개정안이 어렵게 마련됐다. 지난 4월 김영삼 대통령이 신노사관계구상을 발표한뒤 7개월여에 걸쳐 진통을 겪으며 난산을 거듭했던 어려운 과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다. 「노동법을 안 고치면 나라가 망하고, 노동법을 고치면 정권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동법 개정은 지난한 작업이었다. 신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은 그만큼 고뇌에 찬 것이다.노사간의 자율적인 대타협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정부가 노개위 공익위원안을 바탕으로 양쪽안을 고르게 받아들여 비교적 균형잡힌 절충안을 마련해서 노사간 타협과 합의의 바탕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노개위가 성실한 논의 과정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을 완전히 노출시키면서 충분히 토의할 기회를 가졌었고 여기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이 정부안의 토대가 됐으니만큼 노사가 조금씩만 양보를 하면 대타협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사쪽 요구였던 3제의 도입과 노측이 요구했던 3금해제를 모두 수용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해 온 국제수준에 맞게 노사관계의 제도와 틀을 국제화 선진화한 것이다.
정부안이 발표되자 재계가 3금해제, 특히 복수노조의 허용을 시기상조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노동계 역시 3제의 도입이 근로자권익과 노조활동의 근거를 위협한다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우리는 정부의 선택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본다.
복수노조와 변형근로 및 정리해고제 도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은 불가피한 것이다. 30년 묵은 독재·독점의 낡은 틀을 깨고 개방·자율을 지향하면서, 더군다나 선진국의 일원으로 OECD에 가입을 해놓고 구시대의 제도와 관행을 끝까지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43년만에 법을 고쳐 새로운 틀을 마련하면서 그동안 달라진 시대적 환경과 사회 경제적 여건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노와 사는 서로 주장해 오던 것을 얻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 이제는 양보와 타협으로 국리민복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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