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밀가루 사건」으로 검찰이 시사저널 기자를 긴급구속한 것을 보고 놀란 우리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소식에 안도했다. 이 기사가 사실인가의 여부는 물론 법원이 가릴 일이다. 우리가 여기서 관심을 갖는 것은 공공의 관심사를 다룬 기사를 명예훼손으로 몰아붙이고, 인쇄된 증거물이 있고 언론사라는 조직에 소속된 기자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하려했던 당국의 처사이다.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청와대가 비밀리에 북한에 밀가루 5,000톤을 보냈다」는 요지의 기사가 공공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보도 행위에 위법성이 없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어도 기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위법성이 없다」고 영장 기각사유를 밝혔다. 또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됐다 해도 악의가 없었다면 공권력의 개입은 신중해야 했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한 결정이다. 되도록 구속을 줄여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겠다는 최근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정신에도 부합되는 판단이다.
이번 검찰의 대응은 모기 보고 칼을 뽑는 견문발검의 우에 비견될 만했다. 문제기사 삭제로 명예훼손 의사가 없음이 분명했는데도 구속을 고집한 것은 누가 보아도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일이다. 증거가 인멸되거나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도 없는 사안에 「판사의 영장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국한해야 할 긴급구속권까지 발동했다. 미처 삭제하지 못한 잡지들을 애써 회수한 언론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당사자로 고소·고발까지 제기한 전례 없는 정부의 대응조치도 신중치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기자를 잡아가고 편집책임자들을 처벌하려는 발상은 권위주의시대의 유물이 아니었던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