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정상회의가 2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개막됐다. 유럽국가 전체와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54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21세기를 앞두고 탈냉전기 유럽안보의 틀을 마련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OSCE는 75년 헬싱키에서 냉전시대 동서간 대화증진을 위해 창설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후신으로 유럽의 민주주의 증진, 무기통제, 긴장완화, 분쟁방지,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이번 이틀간 회의에서 논의할 구체적 안건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주도하는 보스니아 평화이행군의 역할을 지속하는 문제와 내년으로 예정된 보스니아 지방선거, 지난주 대통령 임기연장과 권력강화를 위해 국민투표를 강행한 벨로루시, 아제르바이젠과 아르메니아 국경분쟁 문제 등이 올라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나토문제를 어떻게 다룰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대통령 대신 회의에 참석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총리는 개막 직전에 『러시아는 나토가 동유럽쪽으로 확장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미국측 관계자들도 나토 문제로 러시아를 자극, 회의 자체가 깨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거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나토 확장 문제는 중점 논의사항은 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돌발변수가 발생, 핫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상들은 회의 말미에 유럽안보에 관한 청사진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21세기를 위한 유럽안보모델에 관한 발표문」도 포함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 발표문에 OSCE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나토 확장을 견제하는 식으로 유럽안보에 관한 비전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이 선언문 초안에 문안을 올려놓은 상태다. 선언문은 또 인종갈등과 무기감축 등의 쟁점들에 대한 내용도 포함할 예정이다.
정상들은 특히 90년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간에 체결된 유럽 배치 재래식전력에 관한 협정을 개정하기 위해 내년 1월 빈에서 새로 협상을 시작한다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가 이 협정이 나토의 동유럽 확장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러시아 달래기용인 셈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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