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들 우정의 메신저 자리매김「쪽지를 보면 아이들 세상이 보인다」
수업시간 중 선생님 몰래 쪽지를 돌려보다 혼쭐이 나던 장면을 흐뭇하게 추억하는 사람들도 부모가 되면 『수업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않고 웬 장난이야』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요즘 십대들은 편지보다 쪽지가 더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우정의 메신저라고 생각한다. 「쉬는시간에 싸우고 수업시간에 쪽지로 화해한다」. 쪽지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쪽지에는 「아까 미안했어」부터 「수업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가자」 「남자친구 소개해줄께」 등의 내용들로 가득하다.
쪽지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표적 표현은 「20,000」, 「티오」, 「하트모양… 해」이다. 「티오」는 장난스럽게 그린 티셔츠모양과 숫자 「5」로 조합되기도 한다. 각각 「이만(쓸께)」 「∼에게(To)」 「사랑해」라는 뜻이다. 글보다 그림에 더 친근감을 느끼며 자란 영상세대들의 표현법이다. 「경은이」를 「경으니」라고 쓰는 표기방식도 있다. 맞춤법은 무시하고 소리를 따라 적음으로써 글자까지 팬시그림화하려는 아이들만의 자기표현 양식이다.
쪽지에는 은어도 자주 등장한다. 「짱이야」는 「최고야」, 「깔」은 「남자친구」, 「쌩」은 「거짓말」, 「만두집」은 「(만나서 두드리는)오락실」, 「담탱」은 「담임교사」를 뜻한다. 지금의 어른들은 예전에 공책 한귀퉁이를 찢어 쪽지로 썼지만 요즘아이들은 그런 「덜 세련된 짓」은 「싫다」. 유명브랜드의 잡지광고지가 가장 인기있는 쪽지 재료다. 친구와 밀담도 나누고 좋아하는 의류에 대한 정보도 얻는 일석이조의 재료인 것이다. 이 쪽지들은 반팔 남방, 별, 거북이 모양, 혹은 양쪽끝을 잡아당기면 쪽지가 확 펼쳐지는 기발한 모양으로 접어져 책상과 책상을 넘나든다.
쪽지돌리기가 수업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분명하다. 「참고 기다릴 줄 모르는 신세대들의 특성」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교사들도 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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