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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쎄븐’ 가방/‘양보다 질’ 40년 한길(한국의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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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쎄븐’ 가방/‘양보다 질’ 40년 한길(한국의 명품)

입력
1996.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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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방의 대명사여기저기 해진 교복에 눈썹 위까지 푹 눌러쓴 모자, 그리고 도시락 냄새 풀풀 나는 카키색 책가방…. 80년대초 교복자율화가 실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나 만원버스 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학생들의 차림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 묵직해 보이던 카키색 책가방의 상표를 벌써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가방 한 귀퉁이를 장식했던 「777」마크를.

누구나 의무적으로 교복을 입어야 했던 시절, 「쓰리쎄븐」은 학생용 가방의 대명사였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튼튼하고 오래가는 제품」이었고 한반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들고 다녔으며, 집안에선 누나와 형이 사용했던 「낯익은」 가방이었다. 전쟁통인 52년 포직가방을 만드는 가내수공업체로 출발한 쓰리쎄븐제포사(대표 김수태·쓰리쎄븐이란 상호는 69년부터 사용함)가 오랫동안 학생가방에만 주력한 것은 「미래를 내다 본 경영전략」이었다. 『학생은 언젠가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고, 학창시절에 사용했던 브랜드를 어른이 돼서도 기억해준다면 그만큼 제품의 생명력은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복세대들은 지금도 「쓰리쎄븐」하면 『아, 옛날의 그 가방』하며 반가워한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30∼40대 회사원들이 주고객층인 「007가방」이나 서류가방이 요즘 이 회사의 효자품목이라는 사실도 어쩌면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듯 싶다. 교복자율화 이후 대형패션업체들이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이었던 가방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또 외국의 유명브랜드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중소가방전문업체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40여년을 고집스럽게 가방만을 만들어온 쓰리쎄븐은 그래서 중소가방업체들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늘날 쓰리쎄븐은 동전지갑에서 핸드백 서류가방 여행용트렁크 골프백에 이르기까지, 유아용 가방에서 청소년 성인용가방에까지 가방이란 가방은 거의 모든 종류를 만들어 파는 종합가방업체로 발돋움했다.

사장 이하 디자이너와 재단사, 봉제공을 포함해 직원수는 모두 합해 40여명에 불과하지만 시판중인 가방의 디자인 종류는 600가지가 넘는다. 최근에는 변화를 선호하고 감각지향적인 신세대들을 겨냥해 「디그너티」 「젤러트」 「섀도우」 등 다양한 브랜드들을 내놓고 외제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현재 쓰리쎄븐의 연간 매출액은 약 40억원. 이중 25% 가량은 가방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등지에 수출한 몫이다. 명성에 비해 회사 규모가 너무 작다는 느낌도 든다. 김대표는 『실제로 「40년이상을 했는데 왜 이것밖에 안되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가방은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야 하는 분야』라며 『100년, 200년이 넘은 외국 본고장의 가방회사들처럼 후대에 갈수록 더욱 유명해지는 쓰리쎄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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