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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 위험수위 넘었다

입력
1996.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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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P대비 4.5% IMF 경고수준에 육박/단기치유 어려운 구조적문제라 더 심각/아시아의 멕시코 전락 우려 갈수록 높아무역수지적자가 위험수위를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 추세로 가다가는 우리경제가 빚얻어 빚갚는 「아시아의 멕시코」격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무역수지적자는 단기간내에는 치유하기 어려운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을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이렇다 할 희망이 보이기 않기 때문이다.

2일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11월중 무역수지적자는 18억2,900만달러로 올들어 11월까지의 무역적자가 186억4,2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적자규모다.

이같은 규모의 무역적자는 물론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매년 세계 최대규모의 무역적자를 낳고 있고 독일의 무역적자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무역수지적자를 포함한 경상수지적자가 국민총생산(GNP)의 2%를 넘지 않고 있다. 국가경제가 경상수지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적정선을 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올해 경상수지적자는 GNP의 4.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하는 경고수준(5%)에 와있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운데 90%가량이 무역수지라는 점을 감안할때 무역부문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무역수지 악화는 경기순환적인 측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우선 수출부문에서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전기 화학 자동차 기계류 등 중화학부문이 전체수출의 68%를 차지하는 편중현상이 심화, 이들 품목의 수출이 저조할 경우 무역적자는 확대될 수 밖에 없도록 돼있다. 실제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반도체의 경우 가격폭락으로 올 한해동안 수출액이 목표치(307억달러)의 절반수준에 그쳐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이문형 책임연구원은 『무역수지적자 확대는 9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일부 주력품목과 시장에 개도국들이 파고들어 저가공세를 벌이면서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우리산업이 수출여건변화에 맞춰 수출구조를 고도화하는 등의 적절한 조정과정을 거치지 못해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아직도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과소비풍조도 무역수지개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제대로 내다 팔지도 못하면서 11월중 승용차 주류 가구류 등 고급소비재의 수입증가율은 전달에 이어 17.3%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체 수입증가율을 5.1%포인트나 초과하는 수치이다. 또 수출이 중화학부문에 편중되다 보니 자본재의 수입액도 23%나 늘어나 무역수지적자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정부의 수출정책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단기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밀어내기식 수출을 독려하는가 하면, 당장의 적자확대를 우려해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근거없는 장미빛 미래상만을 제시하는 「부실정책」을 펴온 것이 사실이다. 9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원화환율이 절상돼 왔는데도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정부의 실책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한명의 공격수에 골을 의존하다 그 선수가 부상하면 공격의 맥이 끊기고 골키퍼는 먼산을 바라보고 있고 감독은 상황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질 수 밖에 없는 축구팀」과 같은 형국인 셈이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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