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차 따른 막대한 이익 노려/국내조직과 연계 히로뽕 등 공급/단순밀수·소포 위장 밀반입도2일 검찰이 발표한 국제 마약밀수 사건은 갈수록 조직화·지능화하고 있는 국제마약조직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마약사건들은 홍콩 「삼합회」, 일본 야쿠자 등 국제범죄조직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이 국제적인 마약 수입·소비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홍콩 삼합회 산하 범죄조직인 「14K단」 조직원 관즈창(관지강·29)이 수차례 한국을 드나들며 히로뽕을 밀매하다 검거된 것이 대표적 케이스. 14K단은 삼합회에서 헤로인 밀매 등 마약거래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관은 지난 4월 홍콩환락가인 져우롱(구룡) 지역에서 호스트바를 운영하는 한국인 이미성씨(42·여)와 접촉, 한국에 히로뽕을 「수출」키로 했다. 마약거래 단가가 홍콩보다 훨씬 비싼 한국에 판로만 뚫으면 막대한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관은 6월부터 이씨의 호스트바 종업원의 손을 빌려 히로뽕 15g을 김포공항을 통해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8월에는 직접 히로뽕 75g(시가 3억8,000만원)을 부츠속에 숨기고 한국에 들어와 국내 밀매조직에 4,500여만원에 판 데 이어 10월17일에는 히로뽕 292g을 팬티속에 숨겨 들여 오다 홍콩경찰과 공조 수사를 편 검찰에 검거됐다.
또 정호근씨(29) 등 4명은 일본 야쿠자와 연계해 국내에 히로뽕 350g(시가 17억5,000만원)을 밀수하다 적발됐다. 일본 야쿠자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나카이가 지난해 11월 정씨와 히로뽕 가격을 흥정한 뒤 인편으로 돈을 받고 조직원에게 지시, 히로뽕 50g을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건네주도록 했다. 이들이 지난 3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밀수한 히로뽕 350g중 검찰에 압수된 것은 0.65g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미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급된 뒤였다.
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는 것은 이미 낡은 수법이 됐음이 이번 수사에서 확인됐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패트릭 아나디(26) 등 6명은 국제사서함을 이용해 대마초 3.1㎏(시가 1,000만원)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국내 항공기 부품회사에 다니던 불법체류자 아나디 등은 8월말께 나이지리아 무역업자 아수주와 짜고 대마초가 든 소포를 서울중앙우체국에 있는 국내 무역업자 H씨의 사서함으로 발송했다. 평소 무역거래를 통해 알고 있던 H씨에게는 앞으로 수입할 비누와 장판의 샘플이라고 속여 함께 보낸 것.
검찰조사결과 아나디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엘리트였으나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에 왔다가 나이지리아 대마가격이 한국의 20%에도 못미치는 점에 착안해 대마 밀거래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아나디는 이태원에서 100달러를 들여 미군 신분증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신분증 습득경위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또 정봉한씨(36) 등 4명은 일본에서 히로뽕을 국제특급우편을 이용해 종로 3가의 당구장으로 부치는 수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무려 4,790g(시가 239억5,000만원)을 밀반입했다. 일반 의약품 캡슐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고 히로뽕을 채워 약병 소포로 위장했다. 정씨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소비자」에 지나지 않았으나 마약구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직접 일본에서 히로뽕을 구입해 국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마약상」으로 전신했다.
이밖에 뱀 밀수를 위장한 히로뽕 밀수, 일본계 미국인을 통한 미국산 코카인 밀반입, 중국 필리핀 조직과 연계된 히로뽕 밀수 등도 적발돼 검찰이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마약수사기관과 협조해 조직을 추적중이다.<이태희 기자>이태희>
◎공항·항만 무방비/이온스캔·탐지견 태부족/정보만 의존 기획수사 어려움
공항과 항만이 마약밀수에 무방비 상태다.
국내 마약 밀조조직이 범죄와의 전쟁으로 철퇴를 맞으면서 중국 등지로부터의 밀반입이 국내 마약의 주요 공급 루트가 됐으나 이를 막아야 할 공항이나 항만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실정이다.
공항과 항만으로 들어 오는 마약 색출을 위해서는 현재 이온스캔(Ionscan)과 마약 탐지견이 주로 이용되는데 이는 극히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검색이 가능하다. 마약 탐지견은 주로 화물 검색에 이용되며 일반 여행객들에게는 이온스캔이 사용된다.
인천세관의 한 관계자는 마약사범 색출의 어려움을 솔직히 토로했다. 이온스캔은 마약이 밀반입자의 손에 묻어 있는 경우나 마약 중독자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만 포장을 잘 하거나 깊숙이 넣어서 반입할 경우 발견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에는 이 기계가 몇대 밖에 없다.
인천세관의 경우 하루 1,000명이나 되는 여행객을 샅샅이 검사할 수도 없다. 컨테이너 검색은 전체 물량의 1% 수준 밖에 할 수 없다. 김포세관 관계자도 하루 5만명의 승객중 10% 정도만 검색을 할 뿐 나머지는 검색을 생략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농산물과 섞어 들여 오는 경우 마약 탐지견이 거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대인용 마약탐지견도 하체에 숨긴 마약은 어느 정도 탐지해 내지만 상체에 숨길 경우 거의 탐지해내지 못한다. 탐지견은 또 주로 미국에서 훈련을 받아 헤로인 코카인 등에 대해서는 색출 능력이 탁월하지만 히로뽕에 대해서는 탐지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전국 세관에 겨우 20여마리가 있을 뿐이다.
굳이 공항이나 항만을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마약은 반입될 수 있다. 「해상 박치기」 「배치기」 등이 주요 수단이다. 공해상에서 중국의 어선 등과 한국의 밀매조직이 만나 물건을 주고받은 뒤 돌아오면 단속이 어렵다. 미리 첩보를 입수해 현장을 덮치더라도 물건을 바다속에 슬쩍 버리면 증거를 확보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마약거래에 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마약밀반입자를 색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 큰 문제는 탐지견이나 이온스캔 등을 대거 투입하더라도 모든 여행객이나 화물을 상대로 검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력이나 예산면에서 불가능하고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모든 여행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가 없다. 세관 관계자들은 오로지 답답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조재우 기자>조재우>
◎생활속에 파고드는 ‘백색수렁’/유흥가·폭력배 주요 공급원/주부·학생·회사원까지 퍼져/살빼기·성적쾌락위해 사용도
마약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마약은 이제 더이상 특정계층만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주변의 가족 친구 동료가 마약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10월말까지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5,700여명. 지난해와 비교해 23%나 증가했다. 증가율도 지난해 18.9% 보다 훨씬 높다. 앞서 92년 2,968명이던 마약사범은 93년 6,773명 94년 4,555명 95년 5,418명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사용계층도 다양화하고 있다. 무직자(34.3%) 농민(12.6%) 유흥업소 종사자(8.8%)가 아직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상인(7.5%) 회사원(3.1%) 주부(1.0%) 학생(0.6%) 층에까지 파고 들고 있다. 주부 회사원 학생 등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일반인의 마약사용이 급증하면서 횡령과 가정파괴 등 2차 피해가 늘고 있다.
특히 주부와 회사원의 경우 91년 각각 15명, 92명에서 95년에는 2배 안팎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체 부장 박모씨(40)는 손님접대차 룸살롱을 드나들던 중 마약을 시작하게 된 케이스. 『「기분이 좋아진다」는 웨이터의 유혹에 넘어가 히로뽕을 시작했어요. 회사와 가정생활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유혹을 견디기 힘듭니다. 주위엔 나같은 직장인들이 많아요』
직업도 다양화해 95년의 경우 운전사(102명, 1.9%) 의료인(75명, 1.4%) 등 전문직업인의 마약사용이 크게 늘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히로뽕과 대마초에 취한 상태로 총알택시를 몰던 택시기사 8명이 무더기로 적발된 데 이어 9월에는 히로뽕 환각상태에서 수술을 해온 L모씨(36) 등 의사 4명이 구속돼 충격을 더했다.
마약은 중학생까지 파고들고 있다. L씨(24)는 중학 3년때 친구들과 어울려 대마초를 피기 시작했다. 『기침약 각성제 등 닥치는 대로 환각제를 복용하다 결국 히로뽕에까지 손을 댔죠. 마약은 사창가와 디스코텍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대학신입생들의 0.5%가 중고교때 대마와 히로뽕 등 마약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들 중독자들이 밝히는 마약사용 동기는 호기심(32.8%)이 가장 많았다. 별생각없이 우연히 하게 된 경우(16.3%)나 돈을 벌려는 영리적 이유(15.5%)도 컸고 중독 때문에 할 수 없이(14.4%), 주변인의 유혹(8.9%), 남편이나 애인의 강압(0.1%)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마약 입수 경로는 유흥업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개 유흥업소 종업원들이나 주변 폭력배들을 통해 마약을 공급받는다. 마약밀매자들은 안정적인 판매루트를 잡기 위해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손님을 가장해 접근, 1차로 중독시킨 뒤 이들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
최근에는 여성 중독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체중을 빼는데 특효약이다』 『피부가 예뻐진다』는 감언이설에 속아서, 또는 성적 쾌락을 위해 의도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호사 K씨(27)는 『애인의 요구로 히로뽕을 맞고 성관계를 가졌다』며 『한번 중독되자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통되는 마약류도 대마 히로뽕 헤로인 코카인 등으로 한층 다양해 졌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백색공포」로 불리는 히로뽕. 적발된 인원이 91년 1,157명에서 95년 2,76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전체 마약사범중 51%를 차지한다. 대마는 압수량이 90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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