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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들이 변했어요/‘얌전·순종’ 고정관념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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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들이 변했어요/‘얌전·순종’ 고정관념은 싫어요

입력
1996.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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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학교행사 등 남자보다 적극적/초등교 학생회장도 30% 차지지난 달 30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초당초등학교. 눈이 내리자 체육시간이 눈싸움 시간이 된다. 남녀 어린이들이 함께 하는데 여자 어린이들이 더 공격적으로 눈뭉치를 던진다. 6월에 출장차 부산에 갔다가 야구장에 들렀던 회사원 김병규씨(32)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여자 중 고등학생 한 무리가 나서서 응원을 지도하더군요. 수만명의 어른들을 단번에 따라하게 만드는데 참, 요즘 여학생들 리더십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 어린이들이 달라졌다. 물론 달라졌다는 생각 자체가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소산이다. 그런데 요즘 여자 어린이들은 남자 어린이들과 같다 못해 더 적극적이다.

그들의 적극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학교 운동장이다. 몇 년전만 해도 여자 어린이들이 즐기던 고무줄 놀이가 거의 사라졌다. 남녀를 막론하고 야구 축구 농구를 즐긴다.

서울 성북구 성북초등학교의 2학년 4반 어린이들도 가끔 축구를 한다. 여자 대 남자로 편을 먹기도 하고 남자팀에 여자가, 여자팀에 남자가 한 명씩 끼기도 한다. 여학생 중 한명인 이진아양(8)은 『여자가 축구를 하는 게 뭐가 이상해요. 여자팀이 이길 때도 많은데요』하고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나아가 화계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인 김기영양(12)은 『남자와 여자가 두 명씩 손을 잡고 하는 짝축구는 여자애들이 먼저 하자고 나서요』하고 소개한다.

전교학생회장을 여자가 차지하는 학교도 많아졌다. 서울시내 전교학생회장 모임인 「서울어린이회장 연합회」회원 335명 가운데 118명이 여자 어린이다. 투표로 뽑은 이 연합회 11개 지회장 중 3명이 여학생이기도 하다. 짝축구를 즐기는 김양은 바로 화계초등학교가 두번째로 배출한 여자 전교회장이자 지회장 중 한 명이다. 연합회회장인 이재석군(12·홍대부속 6)은 『역시 운동은 남자애들이 더 잘해요. 하지만 바자회를 열자는 제안이나 장기자랑에는 여학생들이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고 소개한다.

올들어 처음으로 1, 2학기 연달아 여학생 회장을 배출한 고은초등학교 이해성 교장(64)은 『전교회장이 선출제로 바뀌며 여자 어린이들이 뽑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책임감있고 똑똑한 어린이를 선호한다. 초등학교 학령에서는 여자 어린이들이 조숙해서 일 추진력이나 일처리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에 여자전교회장이 느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성장하며 차별을 받지 않으면 리더중에 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서화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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