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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가 독살됐다고?/박안식 장편 역사추리 ‘소설 소현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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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가 독살됐다고?/박안식 장편 역사추리 ‘소설 소현세자’

입력
1996.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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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질에 걸려 칠혈에서 피를 쏟고 진흑으로 변해 죽었다” 인조실록/진보라는 제단에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아름다운 청년’ 이야기역사의 소설적 복원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역사 복원작업에서 추리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나.

박안식씨(57)의 장편 「소설 소현세자」(전 2권, 창작과 비평사 간)는 치부처럼 역사의 창고에 감춰져 있는 17세기초 한국사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올해는 병자년, 병자호란이 일어난 지 360년째 되는 해다. 박씨의 작품은 351년 전에 죽은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1612∼1645)를 「어둠의 시대에 섬광으로 번쩍이다 진보라는 제단에 스스로를 희생으로 바친 아름다운 청년」으로 되살려 놓는다. 360만부가 팔린 「소설 동의보감」, 정조 독살설을 소설화한 「영원한 제국」에 이어 역사추리소설의 또 한 번의 유행을 예상케 하는 소설이다.

작가를 인도한 것은 역사에 단 몇 자로 기록된 한 사나이의 죽음에 대한 의문. 「9년간 중국에서의 인질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지 3개월만에, (모기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을) 음력 4월에 학질에 걸려, 4일만에 칠혈에서 피를 쏟고 진흑으로 변해 죽었다」는 인조실록의 소현세자에 관한 기록. 그것이 바로 작가의 긴 역사추리 여행의 단서다. 작가는 67년 소현세자 독살설을 주장한 한 논문을 읽고 품어오던 역사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29년만에 「역사에 있어서의 진보와 보수」라는 주제로 소설이라는 형식에 풀어냈다.

성춘향 실존인물설을 취재하러 남원에 갔던 주간지 기자인 나는 고서점에 들렀다 다른 전적들과 함께 덤으로 「찰한」이라 이름붙은 고서간집 한권을 입수하게 된다. 우연히 그 안에서 발견한 「강할지사」라는 편지 한통, 거기에 숨겨진 소현세자의 죽음의 비밀…

「강할지사」의 강할은 생강을 자른다는 뜻이다. 생강을 좋아해 우리나라에서 나는 생강을 모두 징발해 가 「강주」라 멸시당한 청 태조, 인질생활중 접한 서양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했던 소현세자. 반정으로 집권한 인조를 중심한 조선 조정은 반청친명정책을 고수하며 이들이 밀월관계에 있다고 한묶음으로 혐오하고 마침내 「강할」이라 이름붙인 소현세자 제거책을 추진한다. 감기에 걸린 소현세자에게 내의원을 시켜 병명을 학질로 진단케 하고 밀타승이라는 독극물을 치사량에 이르도록 조제케 한다.

소설의 문장은 간명하면서도 탄탄하다. 임진왜란에 비해 유난히 기억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민감한 치부처럼 덜 알려져 있는 병자호란 전후의 역사를 추리 기법으로 흥미롭게 펼쳐 놓는다.

물론 이 모두는 소설적 허구다. 소현세자가 병자호란이 일어난 지 단 한달여만의 치욕적 패배로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후 청에 인질로 끌려가고, 선양(심양)에서 9년여를 지낸 뒤 북경에 체재하며 당시 예수회 선교사 탕약망(아담 샬) 등과 교유하면서 서구 문물을 접해 이를 적극 수용하려 한 진보적 인물이었다는 정도는 역사적 사실로 밝혀진 것.

작가 박씨는 일간지를 거쳐 월간 「직장인」 주간 등을 역임한 기자 출신. 29년간 품어오던 의문을 『쓸 것인가, 기억의 심연 속으로 깊숙이 처넣어버릴 것인가 고민하다』 결국 소설로 써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소현세자의 인질생활을 기록한 「심양일기」, 소현세자가 조선 조정에 보낸 「심양장계」 등 기록과 소현세자의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구전설화 등을 토대로 했다. 그는 『소현세자를 비롯한 진보주의자들은 현실 참여를 거부당하거나 희생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종의 역사법칙이지만 그들이 없으면 그 역사는 성장을 중단하고 소멸된다』며 집필 의도를 내비쳤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민족적 고난과 치욕의 역사를 비속살인의 비극으로 흥미롭게 다뤄 읽은 이로 하여금 역사 속에서 부침한 인물들에 대한 분노와 흠모를 함께 토해내게 한다』고 말했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는 『이 소설은 세계사적 격동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사적 선택의 엄중함을 다시금 절감케 한다』며 『일종의 국민적 역사교양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평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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