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막내린 낙태반대/‘생명 지키려 살인’ 중압감속 옥중자살세상구경을 해보지도 못하고 지워지는 어린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았던 존 샐비(24)가 「죽임으로써 살리고자」했던 이율배반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존 샐비는 29일 아침 2년전 낙태시술 전문병원의 직원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감옥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교도소당국은 정황상 그가 목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발사였던 샐비는 94년 11월30일 보스턴 교외 브루클라인의 낙태전문병원 두곳을 연달아 찾아가 22㎜ 캘리버소총을 난사, 병원 여직원 2명을 살해하고 환자 직원 등 5명을 다치게 했다. 다음날에도 수백㎞ 떨어진 버지니아주 노포크까지 차를 몰고가 낙태전문병원에 총탄을 난사하다가 붙잡혔다. 당시 미국은 먹는 낙태약 RU―486의 등장과 반낙태 폭력시위 등으로 인해 낙태를 둘러싼 갈등이 73년 대법원의 여성낙태권 인정이래 최악의 상태였다.
샐비의 살인극을 둘러싸고 온 미국이 논쟁으로 들끓었다. 여성·진보단체 등 낙태옹호론자들은 물론 가톨릭교회 등 반낙태진영조차도 『폭력은 어떤 경우라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과격한 반낙태단체들은 『샐비의 행동은 어린생명에 대한 대학살을 막으려는 불가피한 성전』이라며 그를 영웅시했다. 변호인단은 샐비가 편집증과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환자라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이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판단, 올해 3월 1급살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은 현재 2심계류중이지만 샐비는 사형제도를 없앤 주사법당국 대신 스스로에게 사형을 집행, 자신이 연출한 비극의 막을 내리고 갔다. 그러나 「생명 그 자체가 고귀한가, 인간다운 삶이 소중한가」를 둘러싼 접점없는 대립은 오늘도 지구상에서 계속되고 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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