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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견인력의 실종/조명구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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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견인력의 실종/조명구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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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미 대통령은 재선대통령으로서의 한층 고조된 분위기와 권위의 후광을 업고 파죽지세로 세계 외교·경제질서의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번 필리핀 아태경제협력체(APEC)도 미국외교의 일대개가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89년 천안문사태이래 경색돼왔던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에도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의 가장 관심사가 됐던 「잠수함사건」에 대해서도 미국의 형편에 가장 알맞게 간단히 조율을 끝내버리고 말았다. 즉 제네바합의와 4자회담은 우선적으로 처리하되 북한에 대해서는 「 납득할만한 조치를 촉구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 발표문이 외교적 견인력을 조금이라도 발휘하려면 「납득할 조치」가 선행조건이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제네바합의고, 4자회담이고 있을 수 없다」고 됐어야 옳았다.이번 회담으로 한미간에 두가지는 확실해졌다. 첫째는 미국이 외교적 승리로 치부하고있는 제네바 핵합의는 북한의 어떤 행동과 행태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북한이 설사 제2의 잠수함사건을 일으킨다해도 미국의 핵합의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꺾을 수 없을 것같다. 한반도에 관한한 이제 제네바합의는 미국외교의 안전운행을 보장하는 안전판이 된 느낌이다. 우리가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이 안전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 할때는 되레 평화의 파괴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둘째로 한국은 제네바합의든지, 4자회담이든지간에 그것을 북한에 대해서 또는 미국에 대해서 일정한 외교적 「수단」으로 변용해본다는 측면에서는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제네바합의의 준수와 북한도발 위협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앞으로 끊임없이 미국과의 갈등을 겪어야할 것같다.

적어도 우리외교팀은 「만약 잠수함사건과 같은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면 제네바합의 이행은 절대불가」라는 최소한의 조건만이라도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정부는 그래도 대언장어에 취해있다. 대북외교에 관한한 세계화를 하겠다는 김영삼정부는 세계여론과도 괴리돼있고, 국내여론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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