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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의 본질(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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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의 본질(지평선)

입력
199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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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구조의 원인과 해법에 관한 한국은행의 견해는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독특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고비용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생산의 3대 기본 요소인 토지와 노동 자본의 비용이 높다는 뜻인데 만성화해 있는 이 고비용구조 때문에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최근 정부와 재계 학계의 일치된 분석이다.따라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자면 우선 이 고비용구조부터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처럼 돼있다. 금리를 낮춰야 한다거나 땅값을 내리고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모두 고비용구조론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며 경쟁력 10%향상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최근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기본적으로 높은 물가상승과 인플레 기대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을 했다. 고비용―저효율은 물론 생산요소 시장의 비효율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높은 물가상승과 인플레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규정하면서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가상승이 명목 임금 및 금리를 부추기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지가상승을 초래해 고비용구조를 형성하면서 아울러 단기적인 부동산투기나 소비증가, 투자심리위축 같은 저효율구조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진단은 기본적으로는 고비용이론과 같은 내용이지만 좀더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분석을 한 것이며 따라서 내놓은 처방도 정부가 나가고 있는 방향과는 좀 다르다. 정책의 중점을 물가안정에 두고 이를 위해 통화증가율을 낮추어 가는 동시에 재정을 긴축 운용함으로써 물가를 연간 2∼3%의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처방이다.

정부당국자들도 두서없는 요란한 캠페인에만 매달리려 하지 말고 보다 진지하고 신뢰가 가는 자세로 경제를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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