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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타계 낙산 김정한 선생/대쪽처럼 살다간 민족문학의 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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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타계 낙산 김정한 선생/대쪽처럼 살다간 민족문학의 큰별

입력
199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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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의 뿌리로 추앙받아온 문단의 큰별이 떨어졌다. 28일 노환으로 별세한 낙산 김정한(요산) 선생은 청년시절부터 미수(88세)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대쪽처럼 살아온 문인이자 교육자이다.1908년 경남 동래 태생인 낙산은 동래고보를 졸업한 뒤 일본에 유학, 와세다(조도전)대학 부속 제1고등학원을 다녔다. 1932년 방학때 농촌을 순회하며 강연하다 양산농민봉기사건에 연루돼 투옥,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문단에 데뷔한 때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사하촌」이 당선된 1936년이지만 양산사건 직후 마름과 농민간의 갈등을 다룬 「그물」을 문예지에 발표하는 등 30년대초부터 작품을 썼다.

그러나 1940년께 일제의 검열이 까다로워지고 문인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절필했다. 그는 66년에야 「모래톱 이야기」로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축생도」 「수라도」 「뒷기미나루」 「산거족」 「어둠속에서」 등 많은 작품을 쓰며 민족문학의 기둥으로 자리매김됐다. 60년대 후반부터는 낙동강 주변의 가난한 농민들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농촌문학의 새 장을 열었다.

일제때 소작농민의 궁핍한 생활을 그린 「사하촌」에서부터 80년대 발표한 「슬픈 해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에는 현실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내는 냉철하고 올곧은 정신이 맥맥히 흐른다.

낙산은 자신의 전집 만들기를 한사코 거부, 94년 시와사회사에서 「대표 작품선」을 내는데 그쳤다. 문단에 데뷔한지 60년이 되는 올해는 이를 대대적으로 축하하려는 문인들의 청을 마다하고 조촐한 모임만을 가졌을 정도로 지식인의 허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평생을 문화의 변두리인 고향에서 머문 것도 문단이 아닌 문학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을 대변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낙동강의 파수꾼」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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