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21불 마지노선 어떻게 지키나”/감산땐 수입 줄어 딜레마 ‘20불 붕괴’ 우려도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배럴당 21달러의 유가 마지노선」을 고수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라크가 6년만에 석유수출을 재개키로 함에 따라 이르면 내달부터 이라크산 석유가 하루 최대 80만배럴씩 국제석유시장에 과잉 공급돼 유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6개월간 20억달러어치의 석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유엔과 합의한 이라크의 수출 재개는 그만큼 OPEC 산유국들에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지난 3개월간 당초 목표였던 배럴당 21달러를 상회하는 22∼23달러의 유가를 유지해 온 OPEC지만 일각에선 20달러선 붕괴설이 나돌 정도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27일부터 3일간 빈에서 소집될 OPEC 석유장관 회의도 이에 따른 대책 수립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더욱이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들의 쿼터위반으로 일산 2,503만3,000배럴 수준의 OPEC 합의생산량 한도도 지켜지지 않아 하루 100만배럴정도 초과 공급되는 상황에서 이라크석유 수출문제는 OPEC의 최대난제로 등장한 것이다.
OPEC가 유가를 지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전가의 보도」는 하나. 바로 감산합의를 통한 공급 축소책이다. 하지만 석유 감량생산이 국가수입의 축소로 직결되는 만큼 OPEC국가중 누구도 감히 생산량을 줄이자고 먼저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OPEC의장 빈 라카드 아랍에미리트 석유장관도 쿼터 하향조정을 통한 감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북반구의 연료수요가 많은 동절기이므로 이라크의 공급분은 시장 수요에 충분히 흡수될 수 있다』는 견해다. 많은 OPEC 국가들도 계절적 이유를 들어 현쿼터 유지쪽의 관망 태도를 견지하는 분위기다. 즉 「이라크 변수」가 유가에 미칠 영향이 고민스럽긴 하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게 OPEC의 딜레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내년 봄께부터 유가 안정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료 비수기가 시작되는데다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새로 개발된 유전의 생산이 본격화하는 등 석유시장에 초과 공급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들이 원유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데다 이라크의 석유수출량이 세계 소비량에 비해 극히 적은 점을 들어 유가 변동의 폭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상존하고 있다.
우리나라같은 석유수입국 입장에선 이라크의 수출 재개에 따른 유가의 하락 조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석유에 목을 맨 OPEC 회원국들에는 「이라크 변수」가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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