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대미 직접교섭방식에 명백한 제동/APEC시장서 주도적 위치 확보 성과도김영삼 대통령은 27일 하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끝으로 8박9일간에 걸친 APEC참석 및 동남아순방 일정을 사실상 마쳤다. 김대통령은 순방기간에 국빈방문한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정상을 포함,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등 모두 7명의 정상들과 회담을 가졌다. 김대통령은 APEC참석과 공식방문국에서 경제교류를 중심으로 한 실리외교를 펼쳤다. 특히 우리 교역량의 70% 가량을 이루고 있는 APEC시장에서의 주도적 위치확보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역시 이번 순방의 주제는 미·중·일 3국 정상과의 연쇄 회담을 통해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야기된 한반도 긴장상황 해소를 위한 해법을 도출했다는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잠수함 사건의 해결에 관해서는 김대통령이 이날 아침 기자단간담회에서 밝혔듯이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4자회담에 선행돼야 하지만 4자회담에 나와서 사과해도 좋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물론 「북한 사과」와 4자회담을 병렬로 추진한다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북한의 사과를 우선적으로 강조해온 우리 정부와 4자회담의 추진에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미국측 입장이 절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때문에 반드시 북한이 사과하지 않더라도 일단 4자회담이 열릴 수는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북한 사과」가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제네바 핵합의의 이행과 4자회담 추진에 대한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북한 사과」가 경수로 사업의 「사실상 전제조건」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 대목에 대해 『우리가 재원을 마련하여 우리 기술자가 북한에 가서 건설해야 하는데 북한이 신변보장과 함께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 한 경수로 사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미국에서도 우리의 이같은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사과를 유도하는 설득작업을 다각적으로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날 한반도 상황의 궁극적 해결은 남북대화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대해 명백히 제동을 건 것이다. 즉, 잠수함 사건에 대한 사과도 원칙적으로는 남북대화를 통해야 하고 그밖에 경수로 사업, 식량지원, 남북경협은 물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도 기본적으로는 남북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콸라룸푸르=신재민 기자>콸라룸푸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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