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형광색 등 강조/컬러의 다양한 멋 선봬/초미니 쇼트팬츠 등 바람/실용적 바지·재킷도 눈길주문에라도 걸린 듯 수년간 패션을 지배해왔던 검정의 마술에서 깨어난 컬러의 생동감으로 내년 봄맞이가 한층 부산해질 것 같다.
97춘하 SFAA컬렉션(22∼25일 KOEX 에어돔)이 전한 내년 봄 패션 메시지는 컬러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이다. 연보라를 위시한 파스텔색부터 연두 노랑 등의 형광색, 진분홍과 하늘색 주홍의 원색, 베이지와 갈색의 편안한 색까지 갖가지 색들이 새로운 멋과 즐거움을 선사할 전망이다. 그 자체만으로 화려한 컬러들은 때로 전혀 다른 컬러와의 대비를 통해 강렬한 의외의 멋을 더하기도 한다.
모두 15회의 패션쇼가 펼쳐졌던 이번 컬렉션의 또 한 가지 새로운 뉴스는 노출이다. 안이 비쳐 보이는 시스루 스타일은 이제 패션쇼에서는 고전이 됐다. 그러나 맨살에 재킷만 걸치거나 짧다 못해 엉덩이를 채 다 못가린 초미니 쇼트 팬츠의 등장은 또다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맨살에 재킷차림은 20여년전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패션쇼에 처음 소개해 화제가 된 뒤 서구 패션쇼에서 는 자주 나오는 맵시. 그러나 국내 디자이너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선보이기는 처음이다.
평상복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반가운 뉴스는 날씬하고 심플한 재킷과 바지가 압도적이었다는 점. 잘록한 허리에 허리 아래는 자연스레 퍼지는 곡선이 강조된 재킷과 더욱 호리호리하게 통이 좁은 팬츠들이 스커트와 원피스를 저만큼 밀어 내버렸다.
서구 매스컴들로부터 「디자이너들의 비현실적인 로맨스 타령」이라는 독설세례를 받을 정도로 국제적인 컬렉션을 휘감았던 하늘거리는 드레스(원피스)보다 우리 디자이너들은 실용적인 바지와 재킷을 많이 내놓은 것이다. 매니쉬 스타일이 페미닌으로, 미니멀리즘이 로맨티시즘으로 바뀌고 있는 국제적인 컬렉션의 트렌드 변화와는 상관없는 움직임이었다.
주목을 받은 새로운 소재는 신축성있는 스트레치. 탄력적인 멋을 더해주는 이 소재가 곳곳에 사용되었다. 그외 여러 디자이너가 손으로 뜬 니트(크로세), 꽃무늬를 비롯한 다채로운 프린트 무늬, 비닐 코팅한 레이스, 노방과 얇은 폴리에스테르 등 색과 종류가 다른 비치는 소재들을 겹치게 해 이들이 내는 미묘한 색감을 이용한 점이 눈길을 끌 만하다.
재킷이나 스커트 옆으로 부드러운 스카프 자락을 길게 드리워 율동감을 더한 「핸커치프 룩」, 비대칭적인 어깨선의 원피스, 부풀린 짧은 소매의 귀여운 원피스, 정숙하고 엄격한 미를 보인, 목높이 올라온 흰깃도 시선을 모은 트렌드였다.<박희자 기자>박희자>
◎SFAA컬렉션 현주소/유통구조개선 취지엔 아직 ‘먼길’/투자에 비해 현실적 소득 적어/홍보·제품기획력 향상은 성과
메아리없는 허공을 향해 외치다 지쳐 버렸다. 다시 기운을 차려 목청을 추스려야 하지만 그냥 주저 앉고 싶은 마음도 없지않다.
25일 막을 내린 13회째 SFAA컬렉션에 새로운 충전이 시급하다. 4일간 15회의 패션쇼마다 2,000∼3,000여명씩 모여든 관객들의 열기와 무대위에 펼쳐진 화사한 옷들의 퍼레이드는 축제와 같았지만 정작 축제를 만든 디자이너들은 축제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90년 사전주문에 의한 생산제도확립과 유통 시스템의 개선 유도, 국내 패션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취지로 의욕 넘치는 출발을 했던 이 컬렉션이 메아리 없는 외침의 허탈감에 빠진 모습이다.
『패션에 대한 일반인과 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보람도 있고 매년 두 차례의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품 기획력이 향상됐다는 소득도 있다. 그러나 컬렉션의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목표였던 유통구조 개선은 여전히 요원하다. 당초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국내백화점이 바이어 없이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운영체제이므로 바이어가 없다. 몇 디자이너의 힘으로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한 차례 발표에 의상제작비를 빼고도 1인당 3,000여만원의 비용이 든다. 현실적인 소득 없이 계속하기가 버겁다』 『선배로서 후배인 패션 전공 대학생들에게 좋은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보람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부차적인 성과일 뿐이다』
이런 어려움 가운데도 컬렉션의 새로운 방향 설정과 비전이 희망적이기도 하다. SFAA컬렉션의 창립 멤버인 박윤수씨는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한, 디자이너의 세컨 브랜드 붐이 국내에도 곧 올 것』이라면서 『기업과 디자이너가 파트너가 돼 만드는 세컨 브랜드의 활성화를 위해서 대중적인 홍보기능과 기업과의 매개통로로서 컬렉션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오은환 SFAA회장은 『어려움이 있지만 비관은 않는다. 패션산업의 중요성에 정부관계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진전이 보여 용기도 얻는다』며 각오를 다졌다.
국내 하이패션계의 대표적인 컬렉션 SFAA컬렉션이 중단되는 불행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짚어내는 마케팅과 비지니스에서의 노력이 더 따라야 하며 컬렉션 정착을 위해서는 모든 패션행사가 동일시기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패션위크라는 구심점 마련도 시급하다』는 의견에 SFAA 회원들도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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